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최저공모가제도를 도입해 기관투자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갑래 세종대 경영대 교수는 23일 '스팩시장 선진화를 위한 선결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스팩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공모가가 낮아 투기적인 성향을 가진 개인이 대거 참여한 영향이 크다"며 "공모가를 최저 1만원 정도로 높여 기관투자가 중심의 시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스팩이 처음 도입된 미국에서는 공모가가 대부분 10달러(1만1200원) 이상으로 책정되고 있다"며 "이는 공모가가 일정 수준을 밑도는 저가주들이 주가 조작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22개 스팩 중 공모가가 1만원 이상인 것은 동양밸류스팩과 우리투자증권스팩(이상 1만원) 등 두 종목뿐이다.

그는 또 스팩 투자자들이 호가를 제시할 때 증권사가 공모가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공시 등을 따로 살펴볼 필요 없이 스팩의 주가가 고평가인지 저평가됐는지를 보다 쉽게 판단하게 되면 투기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도 보완을 통해 스팩의 주요 투자자들이 연금 · 보험 등 장기 투자자 위주로 바뀌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치평가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스팩은 일반 우회상장과 똑같이 합병 대상 비상장사의 가치를 평가할 때 10%의 할인율을 적용받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