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날씨 정보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정보 유통체계 개선'을 이유로 홈페이지 등을 이용한 대국민 실시간 기상정보 제공이 재검토되고 있다. 대신 '기상유통업'을 신설,날씨 콘텐츠 유통을 민간 기상사업자가 주도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기상청의 복안이다. 기상청 홈페이지는 정부 웹사이트 가운데 방문자 수 1위다. 다수의 국민이 무료로 수시로 이용해 온 만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무단 이용 빈발…北에서도 빼가

기상청 홈페이지는 일반인을 위한 예보 · 특보 외에도 10분 단위 레이더영상과 지진,태풍,황사 관측자료 등 전문가에게도 직접 도움이 되는 방대한 관측자료를 담고 있다.

문제는 자료가 너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자연히 이 자료를 불법으로 끌어다 쓰는 사례가 많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산업진흥법에 따라 등록된 기상사업자가 아닌 개인이나 기업이 기상청 자료를 무단 이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위반 사례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면서 개발자들이 자료를 임의로 추출,애플리케이션과 위젯을 만들어 배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북한까지 우리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바람 등의 자료를 수집,군사전략을 짜는 데 활용한다는 정황을 정보당국이 포착해 기상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 독점' 포기… 민간 키우기

기상청은 기상산업진흥법을 개정해 △기상예보업 △기상컨설팅업 △기상감정업 △기상장비업 4종으로 나뉜 기존 업종 분류에 '기상유통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예보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계속 서비스하되 전문적인 정보는 기상유통업자가 맡도록 보장해준다는 취지다.

이번 계획은 민간 기상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동안 기상청이 독점해 온 날씨 업무를 '구조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현 정부가 2008년 '기상산업 진흥'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한 이후 기상청은 산업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지난해 연간 644억원에 머문 '날씨 시장'을 2015년 3000억원까지 키우기 위해 각종 지원책도 준비해 왔다.

◆'날씨=공공재' 국민정서 걸림돌

하지만 "날씨예보는 공짜"라는 국민 정서와 일반적 인식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가 '날씨 유료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 기상청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조석준 기상청장은 "보편적 예보 서비스는 99.9% 무료로 제공될 것"이라며 "다만 특화된 정보를 원하는 특정 수요자에게는 수혜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기상산업 시장 확대 방안'을 24일 국회에서 열리는 기상산업 정책 토론회에 부치는 등 여론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