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학과 이름이 자주 바뀌다 보니 공대생끼리도 무슨 학과인지 못 알아들어요. "

K대 메카트로닉스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김모씨(33)는 지난해 모전자회사 기업연구소에 취직했다. 그는 "학과 이름이 자주 바뀌다 보니 입사 시험을 볼 때도 그냥 전자공학과라고 소개했다"며 "석 · 박사 과정으로 올라갈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전공이 많다"고 말했다. 또 "대학들은 메카트로닉스학과가 전자공학과 기계공학 지식을 융합한 새로운 학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기존 전자공학과에 기계공학 관련 과목 한두 개를 더 넣은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름만 바꾼 '카멜레온 학과'가 넘쳐나고 있다. 고려대는 토목학과를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로,KAIST는 건설및환경공학과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대는 생명공학과를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로,아주대는 응용화학생명공학부로 교체했다. 환경공학과의 명칭은 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과(경기대) 에너지환경과학과(계명대) 토목환경공학과(단국대) 등 제각각이다.

대학 측은 "시대 흐름에 맞춰 신생 · 융합 학과를 개설하다 보니 학과명이 다소 복잡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H대 조선해양공학과 관계자는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교육과정도 많이 개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멜레온 학과'는 수험생과 학부모,업계 관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얄팍한 대학의 상술(김모 대기업 연구소 연구원)" "변화를 꺼리는 대학의 변장술(김모 건설 관련 민간연구소 팀장) 등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 학과가 교육과정은 그대로 놔둔 채 이름만 바꿔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서울 K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조모씨(35)는 "토목학과 명칭에 '환경'만 붙여서 이름을 바꾼 경우 실제 이수 과목을 보면 기존 토목학과 과목에 환경 관련 과목 몇 개 더 듣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