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 가운데 55만대 정도는 사용자가 3세대(3G) 네트워크를 '차단'으로 설정해 놓아도 자신도 모르게 3G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의 설계 오류 탓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 요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비자의 경우 한 달 내내 3G 네트워크를 꺼놔도 데이터 요금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는 제품은 KT가 출시한 7종의 스마트폰이다. LG전자의 안드로원(1.5버전) 옵티머스원 옵티머스Z,팬택의 이자르 베가X,KT테크의 테이크 테이크2 등이 해당된다. 이들 제품은 3G를 차단해 놓아도 멀티미디어 문자 메시지(MMS)를 받는 과정에서 다른 데이터(푸시 이메일,위치 확인 데이터 등)가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3G 차단' 설정을 해놓으면 MMS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KT가 소비자 편의를 위해 3G 차단 시에도 데이터 요금이 별도로 부과되지 않는 MMS는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 스마트폰은 MMS를 받을 때만 잠시 3G 네트워크를 열어주도록 돼 있는데 이때 다른 데이터까지 함께 끼어들고 있다. 소비자가 사용하지도 않은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얘기다.

KT는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하고 다음달 안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비자는 1만5000명 수준"이라며 "실제 피해 금액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최근 새로운 방식의 MMS 송 · 수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LG전자의 스마트폰 '옵티머스2X'와 팬택의 '베가S' 등에 적용했다. MMS와 일반 데이터가 지나는 통로를 원천적으로 분리함으로써 3G를 차단해 놓은 상태에서 MMS를 주고받아도 데이터 요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내놓는 스마트폰에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 3G 데이터

이동통신사의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주고받는 문서 사진 동영상 등 통화와 문자를 제외한 모든 데이터.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