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4 · 27 재 · 보선 후보단일화를 위한 협상시한을 넘기면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지난해 경기지사 단일화 과정을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야 4당 간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후 시민사회단체가 중재에 나서고,중재안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모양새가 판박이다. 이번엔 당시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참여당 후보 간 중재자 역할을 맡아 단일화를 이끌어냈던 손학규 대표가 이해당사자로 무대 한복판에 선 점만 다를 뿐이다.

희망과 대안,시민주권,한국진보연대,민주통합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 4당이 약속시한인 20일까지 단일화 협상이 최종타결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각 당의 주장을 감안한 중재안을 내놓고 22일까지 수락여부를 기다리겠다"고 두 당을 압박했다. 중재안은 △전남 순천 민주당 무공천 △강원지사와 경기 분당을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를 제시했다. 핵심 지역인 김해을에 대해선 4월3일까지 최종 2명의 후보를 뽑은 뒤 국민참여경선과 여론조사를 반반씩 반영해 단일 후보를 확정하는 안을 제안했다.

중재안에 대해 민주당과 참여당 모두 "미흡하다"면서도 즉각적인 거부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순천을 민노당에 아예 대놓고 내 주자는 안"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참여당은 "김해에서 국민참여경선은 조직표에서 앞서는 민주당에 유리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아직 시한이 남아 있는 만큼 섣불리 움직일 경우 자칫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즉답을 피하는 모양새다.

지난 6 · 2 지방 선거를 앞두고도 야권은 경기지사 단일화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중재안을 거부했으나 선거가 채 한 달도 안 남은 5월3일에야 극적타결을 이뤘다. 당시 국민경선과 여론조사를 혼합한 경선에서 유 대표는 김 의원을 0.95%포인트의 차로 누르고 야권 단일 후보가 됐으나 김문수 한나라당 지사와의 경쟁에서 패했다. 이 때문에 이번 김해을 후보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야권 내 기싸움도 선거가 임박해서야 타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