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의학 이야기] 영화 '백투더 퓨처'로 본 박테리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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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백투너퓨쳐 (Back to the Future)'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상상속의 이야기가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준 적이 있었다. 이는 '마티 맥플라이'라는 고교생이 괴상한 “에메트 브라운” 박사가 만든 “드로리안”이라는 일종의 타임머신 자동차를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서 겪게 되는 스토리로 되어 있다. 1탄의 성공에 이어, 3탄까지 나오면서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하면서 현실과 함께 격는 상상속에서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구성한 영화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영화이다.
본 영화의 특징은, 미래 또는 과거의 이야기가 마치 현재 속에서 이뤄지는 영화라 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단순 공상영화나 미래영화에 비해 보다 현실성을 줬기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다.
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 파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마치 박테리오파지 이야기가 '백투더퓨쳐'의 스토리와 같은 인상을 크게 받는다. 즉, 과거의 일에서 미래의 일이 되고 있고, 이것이 현재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테리오파지가 가져올 새로운 세상이야기를 해보도록 한다.
- 박테리오파지는 무엇
파지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일종의 생물체로서 세균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세균을 잡아먹는 생물체로서, 세균의 천적이라 할 수 있으며, 모든 세균에는 그에 특이적인 파지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최근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치료제로서 집중조명되고 있다.
생명공학관련 기술이 21세기 들어 급속한 발전을 이루면서, 또한 항생제 문제점이 점차 심각해지면서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파지 연구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자연적인 치료제라는 점, 그리고 특이적으로 원하는 세균만을 죽일 수 있다는 점, 및 내성이 생기지 않는 다는 점 등의 장점으로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파지는 세균 (박테리아)에만 특이적으로 감염되며, 사람이나 동물, 그리고 식물체 등에는 감염되지 않는 안전한 생물체로 알려져 있으며, 세균에 비해 약 1/75,000 크기로 매우 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체이다. 파지의 형태는 마치 “달착륙우주선” 모양을 하고 있으며, 파지 유전자가 들어있는 머리 부분과, 터널형태를 보이는 꼬리 부분, 그리고 긴 여러 개의 다리형태를 갖고 있다.
1915년 트워트 (Frederick W. Twort)와 데렐 (Felix d'Herelle)이 파지를 처음 발견한 이후로,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인류의 희망으로 출발하게 된 파지 연구는, 뒤이어 많은 관심속에서 연구가 이뤄졌다. 이 때만 하더라도, 농양, 화농, 질염, 만급성감염 등은 치료할 수 없는 감염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러한 세균에 의한 질환을 파지를 통해 치료코자 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특히 미국 및 서유럽 등에서 활발히 연구가 되었으며, 동유럽 및 러시아 (구 소련)에서는 민간요법으로도 널리 사용되어져 왔던 것이다.
이러한 박테리오파지 연구가 최근에 다시 재부각 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들어 항생제 오남용 및 내성세균 문제 등으로 인한 것이며, 박테리오파지는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매우 활발한 연구와 더불어,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박테리오파지 과거 이야기 (과거)
1900년대 초반까지 활발했던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연구는,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첫 발견하면서 주춤해지다가, 특히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페니실린이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사용되었고, 뒤이어 많은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1940년대부터 급속히 관련 연구가 감소하게 되었다.
왜일까 ? 과거로의 여행을 해보자.
파지연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크게 3가지 정도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박테리오파지의 치료범위, 즉 대상 세균이 좁다는 것이었다. 박테리오파지의 특징중 하나인 세균특이성으로 인해, 박테리오파지는 항생제에 비해 치료범위가 좁다는 것이 사용에 있어 제한을 가져왔던 것이다. 항생제는 특정 세균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해하든 유익하든 거의 모든 세균을 비특이적으로 손쉽게 제거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박테리오파지보다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2차 세계대전의 발발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그로인해 세균에 의한 다양한 감염성질환이 무차별로 발병하였고, 이는 그당시 가장 심각한 사망원인이 된 것이었다. 적이 쏜 총이나 폭탄에 의한 사망자보다 오히려 세균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더 많을 정도로 감염성세균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온 전쟁터를 휩쓸었고, 그 당시 페니실린이 거의 모든 세균을 죽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적으로 전세계에 걸쳐 페니실린 등 항생제가 널리 사용케 된 것이다.
세 번째는, 생명공학 관련 기술의 미성숙 및 미발전 때문이었다. 즉, 박테리오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체로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관련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되어 있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관련 기술이 매우 낙후되어 있었고, 특히 박테리오파지 자체를 눈으로 확인할수 조차 없었다. 예를 들어, 박테리오파지의 형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조차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20세기 후반에서에야 비로소 알 수 있게 된 것이었고, 더불어 박테리오파지 자체의 생활사, 분리 및 정제법 등도 최근에서야 개발된 것이다.
상기의 이유 등으로 1900년대 초반 활발했던 파지연구가 40년대를 거치면서 급속히 감소되었으며, 동유럽 및 러시아 등 일부의 국가 및 연구자들에 의해서만 연구가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왜 최근에 다시 박테리오파지 연구가 재부각되는지 또한 상기의 원인이 거꾸로 기인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테리오파지 현재 이야기 (현재)
최근 항생제 오남용 문제 및 이에 따른 내성세균의 출현 등으로 인해 항생제 문제점이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고, 이 때문에 파지에 대한 연구개발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되고 있다.
오늘날 파지연구에 있어서 앞서 있는 국가는 여전히 러시아라 할 수 있고, 특히 엘리아바 연구소가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미국과 유럽의 몇몇 기업들이, 최근 파지에 있어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캐다다의 일부 기업들은 공동으로 동물 및 인체를 대상으로하는 많은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FDA 승인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미국을 비롯하여 러시아 등 유럽지역에서는 이러한 파지에 대한 연구 및 상업화가 매우 빠르게 부각되고 있고, 이는 식품, 백신, 바이오필름, 사료첨가제, 치약, 상처치유용 밴드 등 그 영역이 무한하다는 것에 커다란 장점이 부각되면서, 항생제를 대체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 박테리오파지 미래 이야기 (미래)
박테리오파지는 21세기 항생물질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세균과 바이러스로 크게 대표되는 “감염성 생물체”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심각한 문제를 무차별적으로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Human & Animal Healthcare” 관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감염성 생물체는 전세계적으로 전방위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감염성 생물체가 문제가 되고 있는 산업 분야로는 슈퍼박테리아 감염 질환 등이 심각한 “의료 분야”,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병원 2차 감염 문제가 최고의 핫-이슈가 된 “보건위생 분야”, 충치 및 치주질환 등의 “치의학 분야”, 기존 항생제의 교차 내성으로 인하여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계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농축산 분야“, 발암성 항생제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양식업을 포함한 “수산 분야“는 물론, 생물학적 테러 대비를 목표로 하는 바이오디펜스(Bio-Defense) 등의 “국방 분야”, 생태계 교란 및 전염병의 원인체의 전파를 막는 것을 목적으로 실시되는 밸러스트 수(Ballast Water) 처리 등의 “조선,해양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 획득으로 인하여 더 이상 기존 항생제에 의한 효과적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일명 슈퍼박테리아 또는 슈퍼버그라 불리는 내성균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경시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내성균이 증가하게 된 주된 원인은 무분별한 항생제 오?남용으로 사람?가축?야생동물?양식어류?토양?하천?바다 등 환경 전체가 항생제로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 제시한 슈퍼박테리아 감염증에 의한 불행한 일은 더 이상 영국이라는 다른 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며, 또한 에스파다 라는 한 남성만의 불행도 아닐 것이다.
즉, 기존 항생제의 장점이라 할 수 있었던 유해하든 유익하는 거의 모든 세균을 죽일수 있는 폭넓은 치료범위가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죽이고자하는 특정 세균만을 죽일수 있는 선택성이 요구되고 있으며, 박테리오파지가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기 항생제의 폭넓은 사용으로 인해, 항생제 오남용이 발생되었고, 이는 곧 슈퍼박테리아 등 내성세균이 발견되면서 이젠 어떠한 항생제로도 죽일 수 없는 세균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러한 항생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자연적인 박테리오파지 치료제가 새롭게 집중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항생제의 문제점이 점차 세계적인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과거에 이뤄졌던 파지 관련 산업화가 21세기 새로운 형태로 가시화되면서 항생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20세기 후반 및 21세기에 걸쳐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생명공학 기술이 접목되면서, 이제 파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파지의 생활사, 및 그 치료효과, 범위 등 다양성이 접목되면서, 이제 파지와 관련한 연구는 급속하게 빠르게 증가되고 있고, 더불어 상업적인 관점에서도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 파지는 주변에서 흔히 접하고 있는 생물체이다.
동유럽 및 러시아 등의 과거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지는 이러한 세균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안전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파지는 사람에 있어서 알러지 (allergy)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파지는 주변환경에 매우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섭취하고 있는 음식은 물론,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백신 등 병원치료제, 그리고 흙, 호수, 강 등 주위 환경에 폭넓게 존재하고 있다.
한 예로, 깨끗한 물에도 파지가 존재하는데, 물 1ml에 약 1억개정도의 파지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파지 치료와 관련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지에 의한 부작용, 또는 환경적 오염 및 임상적 이상징후 등이 관찰된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사람이나 동물 등에게 매우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는 생물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파지를 이용코자 하는 시도는 식품, 의료, 환경소독제, 등 매우 폭넓은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글쓴이 = 윤성준 전 서울의대 암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