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리포트] 지갑 닫은 런던인…쇼핑가엔 亞관광객만…英, 스태그플레이션 늪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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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르고 부가세 인상까지
직장인 "외식 엄두도 못내"
실업자 253만명 '17년來 최고'
OECD, 성장률 전망 1.5%로 하향
직장인 "외식 엄두도 못내"
실업자 253만명 '17년來 최고'
OECD, 성장률 전망 1.5%로 하향
영국 런던의 중심가인 토트넘 코트로드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니,파나소닉 등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매장이 몰려 있다. 그러나 퇴근하는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는 거리와 대조적으로 매장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 주말 만난 삼성전자 매장 관계자는 "올 들어 영국인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말부터 회복 기미를 보였던 영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후 새해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6일 올해 영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영국 상공회의소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1.4%로 낮춘 바 있다.
◆관광객들만 지갑 열어
데이비드 블랑슈플라워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시한 재정긴축정책으로 영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반짝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GDP의 11%에 달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지출 규모를 축소했다.
영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5월보다 12% 떨어졌다. 런던의 간판 명품 거리인 옥스퍼드 본드스트리트를 가득 메운 명품 매장에는 요즘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들의 모습이 주로 눈에 띈다. 루이비통 매장 관계자는 "고객들이 대부분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광객"이라며 "현지 영국인들이 제품을 사는 경우는 거의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업자 수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이니 영국인들이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 영국 통계청은 이날 "최근 3개월간 실업자 수가 2만7000명 증가,총 253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94년 2월 이후 가장 많다. 실업률도 7.9%에서 8%로 높아졌다. 특히 16~24세 청년 실업률은 0.8%포인트 상승한 20.6%로,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영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를 기록했다. 영국 중앙은행(BOE) 연간 억제 목표치(2%)의 2배를 웃돈다. 머빈 킹 BOE 총재도 "올해 물가상승률이 4~5%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영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월부터 종전 17.5%에서 20%로 오른 부가가치세도 인플레를 부채질했다.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생필품 체감 가격이 크게 올랐다. 주영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BOE는 지난 11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4개월째 0.5%로 동결했다. 물가보다 경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만큼 경기는 아직도 바닥이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로 시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 당시 60%에 달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30%대로 추락한 게 이를 보여준다.
런던=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지난 주말 만난 삼성전자 매장 관계자는 "올 들어 영국인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말부터 회복 기미를 보였던 영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후 새해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6일 올해 영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영국 상공회의소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1.4%로 낮춘 바 있다.
◆관광객들만 지갑 열어
데이비드 블랑슈플라워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시한 재정긴축정책으로 영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반짝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GDP의 11%에 달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지출 규모를 축소했다.
영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5월보다 12% 떨어졌다. 런던의 간판 명품 거리인 옥스퍼드 본드스트리트를 가득 메운 명품 매장에는 요즘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들의 모습이 주로 눈에 띈다. 루이비통 매장 관계자는 "고객들이 대부분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광객"이라며 "현지 영국인들이 제품을 사는 경우는 거의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업자 수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이니 영국인들이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 영국 통계청은 이날 "최근 3개월간 실업자 수가 2만7000명 증가,총 253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94년 2월 이후 가장 많다. 실업률도 7.9%에서 8%로 높아졌다. 특히 16~24세 청년 실업률은 0.8%포인트 상승한 20.6%로,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영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를 기록했다. 영국 중앙은행(BOE) 연간 억제 목표치(2%)의 2배를 웃돈다. 머빈 킹 BOE 총재도 "올해 물가상승률이 4~5%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영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월부터 종전 17.5%에서 20%로 오른 부가가치세도 인플레를 부채질했다.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생필품 체감 가격이 크게 올랐다. 주영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BOE는 지난 11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4개월째 0.5%로 동결했다. 물가보다 경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만큼 경기는 아직도 바닥이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로 시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 당시 60%에 달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30%대로 추락한 게 이를 보여준다.
런던=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