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진 여파로 증시가 크게 출렁이자 선물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굵고 짧아지면서 현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16일 아침에 마감한 코스피200선물 야간시장에선 개장(2009년 11월) 이래 최대인 1만5487계약이 거래됐다. 올초 하루 4000계약 수준이던 야간 선물거래가 리비아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22일 1만계약을 넘어선 데 이어 이번 일본 지진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전날(15일) 정규장에서 선물 매도에 몰두했던 외국인이 야간에 1036계약 순매수로 돌아서 주목받았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야간 선물을 1000계약 순매수한 것은 만기일 직후였던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이라며 "밤 12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돼 선물시장 강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야간선물 순매수에 힘입어 이날 증시 개장 직후 2000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됐다. 코스피지수는 34.05포인트(1.77%) 오른 1957.97에 마감해 전날 충격을 극복했다. 개인이 5443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1606억원)이 순매수해 지수를 받쳤다. 외국인은 순매수 규모가 5억원에 그쳤다.

선물거래 급증은 일본 지진 여파로 변동성이 극대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10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패닉에 빠지자 코스피200선물 거래량(정규장)은 사상 처음 70만계약을 돌파했다. 현물시장 위험을 헤지하거나 지수 등락에서 기회를 노리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방향성을 알 수 없어 '죽을 맛'이지만 역설적으로 수익 기회도 커졌다"며 "옵션시장에서도 개인들의 거래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매 주기가 일본 지진 이후 최고 2~3일에서 하루 단위로 짧아졌다"며 "새로운 세력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