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쓰나미 훈련…경보 울려도 해안서 버젓이 사진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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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해일 대피 훈련 무관심
15일 오후 2시 울산시 울주군 진하마을 내 성동초등학교.일본 혼슈 아키타 북서쪽 125㎞ 해역에서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해 이곳으로 0.5m 높이의 해일이 급습할 것이라는 소방방재청의 지진해일 경보발령과 함께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이날 동해안에선 민방위 훈련 대신 일본 쓰나미 같은 해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훈련이 실시됐다. 사이렌이 울리자 30여명의 울산시와 군청 공무원들이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성동초등학교가 대피 장소라고 알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하해수욕장 길목의 주요 간선도로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관광차량들이 통행했고,어린이를 가득 실은 유치원 차량도 눈에 띄었다. 공무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횟집에서는 손님을 받고 있었고,일부 주민들은 버젓이 거리를 활보했다. 결국 성동초등학교 학생들만 대피훈련에 참여했다. 긴급 대피하기로 했던 1000여명의 진하마을 주민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울주군의 한 공무원은 "바로 지척에 있는 일본이 지진과 해일로 초토화된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훈련이라고 하지만 평소보다 질서를 더 지키지 않는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울산시는 이날 소방방재청 지침에 따라 고리원전과 인접한 울주군 서생면 해안가에 있는 신암 신리 송정 평동 진하 나사 등 6개 마을을 대상으로 지진해일 발생에 대비해 2253세대 4220명의 주민들을 지정 대피장소로 이동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 지역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신암마을의 한 횟집 주인은 "오전부터 마을 이장으로부터 대피훈련을 한다는 방송을 들었지만 영업을 팽개치고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은 힘들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나사마을 앞에는 경보발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관광명소인 간절곶에는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들어왔다. 공무원과 관광객 간에 말싸움 등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강원 경북 울산 등 동해안 지역 3개 시 · 도,12개 시 · 군에서 주민 대피 훈련이 실시됐지만 학생들만 동원됐을 뿐 바닷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동한 사례는 드물었다.
포항 호미곶에 있는 포항시 동해면 임곡 1리 마을 주민 30여명은 마을에서 200m가량 떨어진 뒷산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이 마을 주민 가운데 아침부터 조업을 나간 사람들을 제외하고 훈련에 참가한 사람은 노약자와 일부 부녀자들뿐이어서 훈련의 효과가 거의 없었다.
울산=하인식/포항=신경원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