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 넘쳐 대표적 미분양 지역으로 꼽혀온 경기 용인시 등 수도권에서는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미분양 주택들이 속속 팔리고 있다. 용인시 지역에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분양 주택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전셋값이 1년 새 20% 가까이 오르면서 미분양 아파트 구매로 갈아타는 전세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인근 신동백 롯데캐슬 아파트.총 2770채 규모로 작년 1월 분양에 나섰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 1월까지 절반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달 새 500여채가 팔려 분양률은 70%대를 넘어섰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계약금을 분양가의 10%에서 5%로 낮췄을 뿐 분양 조건을 크게 바꾸지도 않았는데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며 "용인지역에서 전용 85㎡대 매물과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동백지구 주변으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 84~99㎡가 전체의 70%에 이른다.

◆자취 감춘 중소형 매물

전세난을 피하려는 분당 · 판교 세입자들의 실수요에 힘입어 용인지역 주택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용인지역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 7일 기준 3186채로 이 중 전용 85㎡ 이하는 108채로 나타났다. 신동백 롯데캐슬처럼 시공 중인 단지에서도 85㎡ 이하 미분양 물량은 거의 없다. 신동백 롯데캐슬의 분양대행을 맡은 미래인의 김영환 이사는 "요즘 들어서도 하루 15건가량 계약되는 덕분에 전체 중 70% 정도 물량이 소진됐다"며 "주로 용인과 분당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전세난을 피해 2년 뒤 입주를 바라보고 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복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층 · 향이 좋지 않은 것을 제외하곤 중소형 물량은 없다"고 전했다.

용인시 언남동의 'LIG 용인구성리가' 역시 초반 부진을 딛고 지난해 말부터 미분양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분양률이 95% 수준까지 올라갔다. 입주가 시작된 성복힐스테이트는 지난해 10월 말에는 미분양 물량이 전체의 절반인 1147채에 달했으나 넉 달 동안 미분양 400채가 소진되면서 최근에는 700여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소형 인기 지속 전망

일선 중개업소들은 판교와 분당의 전셋값 급등이 용인지역 중소형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복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작년 가을부터 기존 주택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더니 올해는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며 "판교 분당 등의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뛰거나 반전세로 전환되면서 100만원가량을 월세나 이자로 낼 처지에 놓이자 용인지역 아파트를 사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들이 몰리면서 용인지역 전셋값이 최근 5000만~6000만원 급등한 것도 매수세를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기존 중소형 아파트도 강세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11월 0.09% 오르며 상승 전환한 이후 12월 0.32%,올 1월 0.42%,2월 0.24% 등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전용 60~85㎡ 규모 아파트는 월 최고 0.64%의 상승률을 보이며 가격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이달 들어 상승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집값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