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일본 경제가 멈췄다] 출근 열차 연착해도 불평ㆍ항의 목소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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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질서 의식
14일 오전 10시3분 도쿄 시내 JR 닛포리역.수도권 외부로 나가는 전철이 끊겨 신주쿠로 가는 전차를 갈아타기 위해 20분 정도 기다리던 도중 발밑이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머리 위를 쳐다보니 역사 지붕에 달려 있던 전등과 표지판들이 한참 동안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5초가 채 안 돼 곧바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인근 이바라키현에서 진도 6 이상의 강진이 발생,도쿄에서 여진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열차 운행을 잠시 중단한다는 안내방송도 이어졌다. 이날 아침 출근 시간대부터 수도권 지역의 전철,버스 등 대중교통이 곳곳에서 운행 중단되면서 이미 닛포리 역사에는 수백명의 승객들로 넘쳐났다. 지진이 발생했고 열차가 또 연착된다는 방송이 나왔지만 수백명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조용했다. 인파가 몰려 있었지만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크게 동요하는 사람들도 없었고 줄을 지어 차분히 기차를 기다릴 뿐이었다.
앞서 오전 7시께 출근시간에도 비슷한 광경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지진 공포 속에 주말을 보내고 나온 시민들은 출근 첫날부터 전철 운행 중단 사태로 곳곳에서 발이 두세 시간씩 묶였으나 휴대폰으로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면서 차분히 대응했다.
교통망 두절로 수도권으로 식자재 및 생필품 공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슈퍼나 식료품점에서 사재기 현상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일본만의 현상인 것 같다. 지진으로 도로가 갈라져도 신호등을 기다릴 정도인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은 극한 위기에도 곳곳에서 빛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진 공포가 도사리고 있지만 시민들은 차분히 대응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줄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에서 2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최상철 일본류쓰대 교수(52)는 "1995년 고베 대지진도 겪어봤지만 이번 지진이 훨씬 피해가 심각해 보인다"며 "위기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면서 차분히 대응하는 힘이 일본인들의 저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머리 위를 쳐다보니 역사 지붕에 달려 있던 전등과 표지판들이 한참 동안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5초가 채 안 돼 곧바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인근 이바라키현에서 진도 6 이상의 강진이 발생,도쿄에서 여진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열차 운행을 잠시 중단한다는 안내방송도 이어졌다. 이날 아침 출근 시간대부터 수도권 지역의 전철,버스 등 대중교통이 곳곳에서 운행 중단되면서 이미 닛포리 역사에는 수백명의 승객들로 넘쳐났다. 지진이 발생했고 열차가 또 연착된다는 방송이 나왔지만 수백명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조용했다. 인파가 몰려 있었지만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크게 동요하는 사람들도 없었고 줄을 지어 차분히 기차를 기다릴 뿐이었다.
앞서 오전 7시께 출근시간에도 비슷한 광경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지진 공포 속에 주말을 보내고 나온 시민들은 출근 첫날부터 전철 운행 중단 사태로 곳곳에서 발이 두세 시간씩 묶였으나 휴대폰으로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면서 차분히 대응했다.
교통망 두절로 수도권으로 식자재 및 생필품 공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슈퍼나 식료품점에서 사재기 현상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일본만의 현상인 것 같다. 지진으로 도로가 갈라져도 신호등을 기다릴 정도인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은 극한 위기에도 곳곳에서 빛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진 공포가 도사리고 있지만 시민들은 차분히 대응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줄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에서 2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최상철 일본류쓰대 교수(52)는 "1995년 고베 대지진도 겪어봤지만 이번 지진이 훨씬 피해가 심각해 보인다"며 "위기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면서 차분히 대응하는 힘이 일본인들의 저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