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일본경제가 멈췄다] 코스피 이미 조정과정…'체감 충격'은 크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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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영향은
건설기계 '재건 특수' 예상…"유화·IT·자동차도 단기 수혜"
"前 저점 1920선서 지지" 전망…엔화 약세 땐 충격 오래 갈 수도
건설기계 '재건 특수' 예상…"유화·IT·자동차도 단기 수혜"
"前 저점 1920선서 지지" 전망…엔화 약세 땐 충격 오래 갈 수도
일본의 강진 피해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이번주 국내 증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산업 규모를 고려할 때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의 피해 복구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수혜를 예상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정유 화학 전기전자 업종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조정장 체감 충격은 크지 않을 듯"
일본이 세계 총생산(GDP)의 8.7%를 차지하는 세계 3위 경제대국이란 점에서 세계 경제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JP모건은 일본 지진으로 올 상반기 세계 경제성장률이 0.2~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공행진하던 국제 유가가 지난 주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상품가격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동발 리스크에 이어 또 대형 악재가 터져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주식시장에 단기 불안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가 많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 수 있지만 글로벌 증시가 이미 조정 과정에 있어 체감 충격은 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피해 규모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의 공업 출하액을 봤을 때 1995년 대지진을 겪은 고베지역이 30%,이번 강진 피해를 입은 도호쿠지역은 10%를 차지해 당시보다 제한적"이라며 "고베지진 당시 대세하락장이었음에도 국내 증시는 다음날부터 이틀 연속 상승하는 등 큰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 증시는 일본 피해 복구 기대
전문가들은 향후 피해 복구 과정을 더 주목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1년 9 · 11테러 이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진 것처럼 일본도 복구 과정에서 건설 수요 등이 증가해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가도 단기 안정세로 돌아서 부정적 영향은 작다"고 평가했다. 주택 건물 도로 등을 복구하기 위해 공적자금과 민간자본이 투입되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도 이 같은 기대감 속에 상승세로 마감했다. 나리만 베흐라베시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진은 일본 재정적자 우려를 가중시키겠지만 심각한 문제 없이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도 마찬가지 효과가 예상된다. 황 센터장은 "고베지진 후 철강재 중심으로 복구 수요가 늘어 1995년 4월 대일본 수출이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며 "특히 제조업에선 일본과 보완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이 많아 오히려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사이익'은 엔화가치 함께 봐야
일본의 산업 피해는 국내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정유 · 화학 철강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에 몰려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일본의 원전 가동 중단과 정유공장 가동 차질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등이 경유,벙커C유 판매 증가 등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도요타 닛산 등이 타격을 입어 국내 자동차업계도 유리한 위치가 예상됐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계업종은 일본으로부터 수입 차질이 우려되지만 건설기계는 복구작업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 공급량 변화에 따라 가격 변화가 큰 품목에서는 호재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본 엔화가치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가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경우 엔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이 얻는 반사이익 역시 상쇄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일본이 재건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할 경우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
유가,외국인 수급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할 때 일본 지진은 단발성 이슈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영회 KTB자산운용 부사장은 "수혜주인 정유 등은 최근 많이 올라 추가 상승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지수가 하루 정도 오를 수 있겠지만 기조적인 상승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현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알려진 해외 악재들의 파괴력은 서서히 줄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피지수가 1920선에 가까워진다면 저점 매수를 통한 단기 매매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김유미/박민제/한민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