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정주영 회장 추모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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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부터 또랑또랑했네." 할머니가 말하자 할아버지가 받는다. "참으로 똑 부러지는 사람이었지."'대한민국 현대화의 주역,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사진전'(21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마음에 그리움을 담아'라고 쓰인 이명박 대통령의 화분이 놓인 전시장 안은 남녀노소 관람객들로 꽉 찼다.
대학생인 듯한 젊은 커플과 나이 지긋한 부부,초등학생을 데리고 온 엄마,30~50대 남성 할 것 없이 사진을 보는 이들의 얼굴엔 놀라움과 감탄의 빛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올라서는 현장마다 우뚝 선 아산이 한쪽에선 고희를 지나서도 웃통을 벗은 채 젊은 직원과 씨름하거나 모내기를 하고 있는 까닭이다.
아산의 젊은 시절,사업보국,아산과 현대가족,아산의 꿈,대한민국을 위한 앞선 발걸음,아산의 향기 등 여섯 가지 테마로 나눠 전시된 130여점의 사진은 강원도 통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쌀가게 점원을 거쳐 현대그룹을 일으킨 아산의 개인적 역정은 물론 60년 한국 경제발전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련이란 뛰어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엎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듯 사진 속 아산의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환하다. 청년 아산은 다부지고,장년 아산은 의연하며,노년 아산은 푸근하고 소년처럼 맑다.
흰 셔츠와 조끼를 입고 머리는 뒤로 넘긴 젊은 시절 모습(금강산 구룡폭포 앞에서)은 지금의 꽃미남 저리 가라고,1964년 현대시멘트공장 준공식 때 박정희 대통령과 찍은 사진은 쉰살이란 나이를 의심하게 한다. 1987년 백악관에서 레이건 대통령과 환담하는 장면은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한국 기업인의 자세라고 믿기 힘들 만큼 당당하고 자연스럽다.
너덜너덜해진 '낡은 구두'는 평생 성실과 신용을 좌우명으로 삼고 일하는 보람 하나로 살았다는 아산의 열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상의 노동자에겐 새로운 일감과 순수한 정열이 있을 뿐이다. 내가 물려줄 유산은 이러한 노동에 대한 소박하다면 소박한 내 생각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앞날을 개척해가는데 이러한 내 생각과 지나온 삶이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
아산의 소망이 전해진 걸까. 전시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엿보인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이.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대학생인 듯한 젊은 커플과 나이 지긋한 부부,초등학생을 데리고 온 엄마,30~50대 남성 할 것 없이 사진을 보는 이들의 얼굴엔 놀라움과 감탄의 빛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올라서는 현장마다 우뚝 선 아산이 한쪽에선 고희를 지나서도 웃통을 벗은 채 젊은 직원과 씨름하거나 모내기를 하고 있는 까닭이다.
아산의 젊은 시절,사업보국,아산과 현대가족,아산의 꿈,대한민국을 위한 앞선 발걸음,아산의 향기 등 여섯 가지 테마로 나눠 전시된 130여점의 사진은 강원도 통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쌀가게 점원을 거쳐 현대그룹을 일으킨 아산의 개인적 역정은 물론 60년 한국 경제발전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련이란 뛰어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엎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듯 사진 속 아산의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환하다. 청년 아산은 다부지고,장년 아산은 의연하며,노년 아산은 푸근하고 소년처럼 맑다.
흰 셔츠와 조끼를 입고 머리는 뒤로 넘긴 젊은 시절 모습(금강산 구룡폭포 앞에서)은 지금의 꽃미남 저리 가라고,1964년 현대시멘트공장 준공식 때 박정희 대통령과 찍은 사진은 쉰살이란 나이를 의심하게 한다. 1987년 백악관에서 레이건 대통령과 환담하는 장면은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한국 기업인의 자세라고 믿기 힘들 만큼 당당하고 자연스럽다.
너덜너덜해진 '낡은 구두'는 평생 성실과 신용을 좌우명으로 삼고 일하는 보람 하나로 살았다는 아산의 열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상의 노동자에겐 새로운 일감과 순수한 정열이 있을 뿐이다. 내가 물려줄 유산은 이러한 노동에 대한 소박하다면 소박한 내 생각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앞날을 개척해가는데 이러한 내 생각과 지나온 삶이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
아산의 소망이 전해진 걸까. 전시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엿보인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이.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