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가 배당을 포기하거나 소액주주보다 덜 받는 '차등배당'이 늘고 있다. 기업들이 소액주주 우대에 나서는 것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실적을 결산하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등배당 안건을 제시한 12월결산법인은 총 36곳에 이른다. 차등배당 건수는 2009년(2008년 실적 결산) 26곳에서 작년 33곳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정기 주총 일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차등배당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방위산업체 빅텍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에겐 주당 40원을 지급하지만 최대주주는 배당을 받지 않는다. 작년엔 소액주주 80원,최대주주 60원으로 차이를 뒀다. 하지만 작년 전자태그(RFID)사업 투자 확대로 순이익이 2009년보다 47.3% 줄어든 26억원으로 나오자 최대주주 박승운 회장 등이 배당을 아예 포기한 것이다.

차량용 고무부품업체 동아화성도 5년 연속 차등배당에 나섰다. 동아화성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주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동방 아이에스동서 우리산업 한국화장품제조 등도 차등배당 정책을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새 얼굴'도 다수 등장했다. 최대주주인 박문덕 회장이 배당을 포기한 하이트홀딩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소액주주에게는 주당 15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684만주를 보유한 박 회장은 10억원이 넘을 수도 있었던 배당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이트홀딩스는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하이트맥주진로의 부진으로 365억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관계자는 "손실이 났지만 소액주주 권익 보호 차원에서 배당은 하기로 했다"며 "박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당연히 배당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원시스 대정화금 이연제약 케이티스 케이티씨에스 코라오홀딩스 등 작년에 상장한 새내기주들도 잇달아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새내기주들의 경영진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리를 우선시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2009년 상장한 아주캐피탈도 2년째 차등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2대주주인 신한은행도 차등배당에 동참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