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고비용 · 저수익 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카드업계에서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 불만','카드업계의 과도한 부가서비스','지나친 마케팅 경쟁'등이 수년간 반복되자 더이상 '땜질식 처방'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카드산업의 종합대책에 준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당국은 카드시장 3대 주축인 카드사,가맹점,소비자 간의 불공평한 역학 구조를 공평하게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는 판이한 수익구조

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비용으로 발생시키는 현 국내 카드산업 구조의 병폐를 인식하고 대응 마련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도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카드산업 발전방향'을 다룰 예정이다. 금융연구원에는 '카드 수수료 체계 개선'등에 대해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다.

협회는 지난 4일 '한국과 미국의 카드사 수익구조 비교'자료를 내 금융당국의 방침을 공론화하기 위해 '군불 때기'에 나섰다. 보고서가 인용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신용카드사들은 가맹점 대상 수수료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원대상의 이자 및 수수료 수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카드사는 가맹점수수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회원대상 수익은 적다. 2009년 기준 한국의 전업계 카드사는 수익의 60.5%를 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얻고 있다. 여행 · 통신 등 부대 업무와 리볼빙 수수료 수익 등으로 수익의 17.2%를 얻고 카드론으로 10.6%를 거뒀다.

반면 미국 은행계 카드사들은 리볼빙 등에 따른 이자수익으로 수익의 67.2%를 거둬 들이고 있다. 한국의 가맹점수수료격인 정산수수료 비중은 17.9%에 불과하다. 연체 이자 등 벌금성 수수료 비중이 8.5%,현금서비스 수수료가 2.7%로 집계됐다.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은 "국내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감소 보전을 위한 신규 수익원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용자 대상 수수료 수익 증대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랜 병폐 이번에 끝낼까

금융당국은 그동안 카드업계와 오랜 '줄다리기'끝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4년여에 걸쳐 4%대에서 1%대로 낮춰왔다. 시장 경제하에서 금융당국이 수수료율 인하에 계속 개입해온 것도 부담이지만 카드사와 가맹점 간 갈등 관계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영세 가맹점은 앞으로도 입법기관인 정치권을 압박해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도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카드사들도 수수료율을 잇따라 내렸지만 더 이상의 인하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줄어든 수익을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으로 메우려고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지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도 국내 카드사의 수익구조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도 카드사와 이용자로 쏠린 카드 시장 구조에서 가맹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러한 방안에는 공동 가맹점 제도나 소액에 대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모든 가맹점이 의무적으로 신용카드를 받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대해서도 일부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편 감독당국은 단기적으로 카드사의 과열 마케팅을 막기위해 업계의 불건전 마케팅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카드대출에 대한 모범규준을 마련하며 불법모집 카드사에 대해 과감하게 제재를 내릴 방침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