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워 전력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요금 폭탄세례를 당한 가계도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거실만 빼고 다른 방 온도를 12도 수준으로 유지하며 버텨보았다. 보통의 가정집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에 근무할 당시 높은 전기료를 경험하면서 온도를 낮춰 사는 것이 습관화됐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전기와 그 사용요금은 상반된 두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전기는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경제발전은 에너지 사용량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보다 편하고 빠르게,만족스럽고 고급스럽게 먹고 생활하는 데 에너지를 그만큼 더 쓰고 있다. 따라서 경제 활동의 양축인 생산과 소비에서 전기료는 필수 비용 항목이며 개인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생산자,국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표적인 공공요금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래서 낮은 전기료는 국가 경쟁력 요소로 간주되기도 한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전기는 녹색사회 파괴의 공범이다. 아직도 전력의 대부분이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만큼 이산화탄소 · 온실가스 배출,기후온난화 등 우리가 당면한 녹색 이슈와 직결돼 있다. 에너지를 이용하는 일반소비자,생산자 모두 본의 아니게 지구 환경오염 유발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전기료는 녹색사회를 위해 부과되는 범칙금 성격을 갖는 측면이 있다.

범칙금은 높게 부과돼야 실효성이 있다. 음주운전에 벌칙이 낮다면 아무도 지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녹색사회,녹색성장 패러다임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기료라는 기본 범칙금을 높이는 것이 선결 요건이다. 전기료가 높다면 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소비자,생산자의 자발적 노력이 이어질 것이며 이는 녹색 제품의 수요 시장 창출과 녹색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바람직한 예는 아니지만 음주운전 대책을 강화하면 대리운전 서비스업이 발전하는 것과 같다. 전기료가 너무 낮으면 녹색성장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녹색에서 앞선 나라는 분명히 전기료 부담도 큰 나라다.

이와 같이 전기료가 갖는 상반된 성격과 경제 효과,즉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인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개념으로 그린 리펀드(green refund)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전기료를 인상하되 동시에 에너지 절약기기 구매,에너지 절약투자,녹색투자 등을 통해 전기 사용을 절약하는 경우 리펀드(현금보상,전기료 할인 등)를 통해 보상해 주는,패널티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개념이다. 연말정산 시 카드사용액 세액공제제도,각종 마일리지제도,자동차 보험 프리미엄 할증제도 등 유사 제도는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김용근 <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yonggeun21c@kia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