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자 건설사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1년에 두 차례씩 민간 아파트보다 싼값에 대거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공공분양주택)이 민간분양시장을 크게 위축시켰다고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줄면 상당수의 실수요자들이 민간주택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은 서민이 살 집을 마련해주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30평대(전용 85㎡) 아파트를 서울 강남에서 반값에 내놓으면서 '로또열풍'에 가까운 청약광풍을 몰고 왔다"고 했다.

보금자리주택이 민간주택 구매의 주요 수요층인 중산층까지 빠르게 흡수했고,재테크 기대감마저 높이면서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미분양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서울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 등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의 본청약이 이뤄진 지난 1월 전국에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 단지는 총 3곳 1044채에 불과했다. 2008년 1월엔 1만9817채가 민간분양됐으니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에는 일반공급 첫날에만 1만4423명이 접수,25 대 1의 경쟁률을 넘겼다. 신혼부부특별공급 경쟁률은 54 대 1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이나 본청약 시기를 피해 분양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연기를 반복하다 막대한 금융비용만 떠안게 됐다"며 "분양일정을 잡을 때는 꼭 보금자리주택 공급 일정을 확인하고 잡는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민간주택은 분양물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겼다"며 "이는 결국 장래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위례신도시(3월)와 보금자리주택 2차(5월) · 3차(11월)가 공급된 지난해 민간 아파트는 전국 8만6000채 정도가 분양됐다. 이는 연초 예상(25만3000채)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