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흘 만에 큰 폭으로 상승하며 1970선을 회복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아시아 16개국 중 베트남을 제외하고 가장 큰 폭(-6.30%)으로 하락해 기술적 반등이 기대된 가운데 미국 증시 반등과 국내 경기선행지수 상승 반전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국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이번 반등폭은 20일 이동평균선(2000.87) 근처로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중순까진 출렁이면서 바닥을 다지는 국면이 진행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내외 경기지표 호전이 상승 기폭제

3일 코스피지수는 42.42포인트(2.20%) 상승한 1970.66에 마감했다. 지난달 24일 20일선이 60일선(수급선)을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에 이어 28일 120일선(경기선)마저 내준 후 사흘 만에 120일선을 회복한 것이다. 외국인이 7거래일 만에 순매수(1725억원)로 돌아선 데다 기관들도 251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쌍끌이 매수에 가세,상승폭을 키웠다.

이날 상승은 주요국 증시에 비해 지나치게 하락한 데 따른 반등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코스피지수는 중동사태에 대한 우려로 1월 고점 대비 9% 넘게 빠졌다"며 "1950선 이하에서는 언제든 반등이 나올 만한 시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전일 코스피지수와 60일선 간 이격도가 95로,상승 추세에서 지나치게 멀어졌던 데다 거래량도 2009년 11월5일(2억356만주)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거래 급감은 현 주가 수준에서는 '더 이상 팔고 싶지 않다'는 심리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경기 회복 신호와 증시 반등은 개장 전부터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는 예상치를 웃돌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베이지북을 통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국내 경기선행지수 반등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경기선행지수는 1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1월 산업생산은 수출 호조에 힘입에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선행지수의 연속성을 감안하면 경기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과거 선행지수가 오를 때 주가는 횡보하긴 해도 빠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출렁임 속 바닥 다지기 이어질 듯

코스피지수가 2000선까지 추가 상승할 순 있지만 그 이상은 '기대난'이란 분석이 많다. 2000선은 심리적으로도 걸림돌이지만 지지선에서 저항선으로 바뀐 20일선이 위치한 지수대이다.

우선 증시 여건이 하루 사이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리비아사태가 불안감을 가중시키긴 했지만 증시 조정의 근본적 이유는 인플레이션"이라며 "이 문제가 완화되기 전에는 추세적으로 오른다고 보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국내 경기선행지수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신병길 솔로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선행지수 구성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기조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당분간 낙폭 과대주 중심의 단기 대응이 유리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물로 큰 폭으로 하락한 대형주로 매기가 이전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세중 팀장은 "이달 중순경부터는 원유 증산으로 유가 불안도 한고비를 넘기면서 경기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표는 "미국 경기가 확장 국면 초입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세계 증시가 결국 동행하는 것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도 점차 미국 증시를 따라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