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 증시가 유가 상승 우려로 급락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지수는 호조를 보였지만 고유가가 글로벌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68.32포인트(1.38%) 하락한 12058.02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4.86포인트(1.61%) 떨어진 2737.41로 마감했고, S&P500지수는 1306.33으로 1.57% 미끄러졌다.

이날 발표된 2월 ISM제조업지수는 시장 전망치(61.0)를 웃돈 61.4로 200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회복 속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완만한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경제와 물가 모두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리비아 군사작전에 대비해 군 병력을 리비아 인근으로 이동시켜 놓았다는 보도는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정정 불안이 확산일로에 있다는 소식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9.63달러로 2.74% 급등했다.

RDM파이낸셜의 미셸 셸든 투자전략가는 “시장의 모든 눈이 중동 지역에 쏠려있다” 며 “특히 민주화 시위 사태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번질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플 니콜라우스의 조 바티파글리아 투자전략가도 “국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의 경제 활동이 위축될 것” 이라며 “기업들의 이익 역시 나빠지면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블루칩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최대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가 3.68% 급락했다. 천연가스 업체인 레인지 리소시스는 4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약세를 보였고, 제네럴일렉트릭도 3.2% 하락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핍서드 방코프 등 금융주들도 대부분 부진했다. JP모간이 2.33% 하락했고 골드만삭스도 1.51% 떨어졌다.

자동차 업체들은 2월 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유가 상승 소식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GM(1.73%)과 포드(2.59%) 등 대형 자동차주들이 나란히 약세를 보였다. 애플은 ‘아이패드2’ 공개를 앞두고 기대가 커지긴 했지만 장 막판 밀려 1% 넘게 하락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