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상장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기업이 상장 이전보다 악화된 실적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공모가를 높게 받기 위해 상장 전후로 실적을 최대한 많이 잡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8일 코렌은 엿새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전거래일 대비 475원(14.64%) 급락한 2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주가다. 작년 10월 상장시 공모가 5800원과 견주면 반토막 수준이다.

코렌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실적 악화 탓이 크다. 코렌은 지난 23일 작년 연간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 633억원, 영업이익 26억원, 순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장 전인 2009년과 비교해 매출은 2.9%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7.5%와 62.8% 급감했다. 예년과 달리 하반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다.

상장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이종진 코렌 대표는 "계절적으로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30% 가량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으나 결론적으로 '공염불'이 됐다. 코렌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약 308억원으로 상반기의 324억원보다 적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IT(정보기술) 부품업체, 특히 코렌 같이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비수기인 1분기가 지나면 점차 실적이 좋아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상장할 때 무리하게 실적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귀욱 코렌 경영총괄 상무는 "생각했던 것보다 3~4분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은 주된 매출처 중 하나인 LG전자의 휴대폰 매출 부진 탓"이라며 "올 2분기 이후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케이티롤 삼본정밀전자 아이텍반도체 등의 '새내기'도 상장 이후 실적이 더 악화된 경우다.

작년 11월 상장한 열간압연롤 생산업체 케이티롤의 작년 매출은 230억원으로 전년의 260억원보다 30억원이나 적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32.8%와 35.7% 감소한 32억원과 25억원에 불과했다. 또 삼본정밀전자와 아이텍반도체의 영업이익도 상장 전해보다 각각 4.8%와 14.4% 감소했다.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결혼 전에는 예쁘고 멋있는 것만 보여주다가 결혼 이후 본색을 드러내는 격"이라고 꼽집으며 "공모주에 장기 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장 이전 실적 부풀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