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야기 전쟁의 시대입니다. 누가 더 많은 이야기 자원을 확보해 재미있게 만들어내느냐가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의 부(富)는 이미 이야기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고임금으로 인해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 하락을 겪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은 이야기 산업에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각종 이야기를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으로 새롭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21세기 신(新)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는 이야기 전쟁에 밀리면 문화 식민지로 전락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돈 되는 이야기 찾기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인 미국 할리우드는 돈 되는 이야기를 찾아 빠르게 움직여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용 영화대본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영화 '괴물'이 유니버설 픽처스사에,'시월애'가 워너 브러더스사에 수십만달러에 팔렸습니다. '시월애'의 경우 미국에서 '레이크 하우스'란 영화로 되돌아와 한국에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역사가 짧아 이야기 소재가 부족한 미국이 스토리를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야기 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남의 나라 이야기까지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마치 18세기 산업혁명 시절 영국이 인도에서 면화를 싸게 사들여 면직물로 가공,비싼 값에 되팔던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가를 일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세대 소비자들의 출현 또한 세계 이야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산업에서는 '해리포터'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리포터'시리즈 총 매출액과 한국 반도체 수출액을 비교한 신문기사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해리포터'는 지난 10년간(1997~2006년) 책 순수 판매액 3조원과 영화 4편 및 관련 캐릭터 수입 등을 합쳐 308조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총액 231조원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숫자입니다. 이야기 창출 능력이 첨단 산업의 매출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뿐입니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이 아니었으면 영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이야기 산업의 성장세

조앤 롤링은 개인 수입만 계산하면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는 주식 배당금으로 한 해 450억원을 벌지만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작권만으로 1000억원을 벌었습니다.

기업 간 실적을 비교해 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연간 순이익 증가율은 20% 미만이었지만,월트디즈니의 순익은 같은 기간 40% 넘게 증가했습니다. 디즈니사는 구석기 시대인 원시인부터 안데르센 동화,인디언 소녀의 삶에 이르는 다양한 스토리를 수천 가지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 막대한 이윤을 올리고 있습니다. 2006년 디즈니의 매출은 353억달러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313억달러를 추월했습니다. 영업 수익률은 16%에 달했습니다. 기업분석가들은 "디즈니의 수익성은 인텔과 맞먹고 도요타를 압도한다. 앞으로 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이야기 산업의 가능성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국은 이야기 산업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이미 이야기 산업 성장률에서 우리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도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영화 '왕의 남자' 수출로 생긴 수익은 휴대폰 33만대를 수출한 효과와 같다고 합니다. 이란에 수출한 드라마 '대장금'의 현지 시청률이 90%,'주몽'의 현지 시청률이 80%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30~40% 전후의 시청률을 보였던 두 드라마가 어떻게 문화가 다른 이란에서 인기일까요. 한류의 영향도 있겠지만,의외로 문화코드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란 시청자들은 한복을 보며 여성들의 노출을 금기시하는 자신들의 문화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주군을 섬기고 어른을 섬기는 풍습과 정서에도 공감합니다.

특히 대장금의 경우 역사 속의 이야기보다 음식 스토리의 재미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이 한국 상품 매출에도 영향을 미쳐 이란에서 한국산 가전제품 점유율이 75%까지 상승,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분명 드림 소사이어티를 주도할 힘이 있습니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저자 롤프 옌센은 한국이 감성과 이야기 자원이 풍부하며 드림 소사이어티를 주도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드림 소사이어티,스토리믹스 시대를 주도할 좋은 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야기 경제의 폭발

스토리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정보화 경제와 스토리 경제 쪽으로 선회시켰습니다. 이야기 산업의 핵심 분야인 문화 콘텐츠 분야의 경우 그 규모가 2007년 1조5252억달러에 달하며,매년 경제성장률(10.2%)의 2.5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토리텔링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어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스토리텔링을 21세기 새로운 국가사업으로 선정했습니다. 전문 스토리텔러를 양성하는 공립기관만 40개 이상을 두고 '법정에서의 스토리텔링''교회에서의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사회는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정보와 지식이 컴퓨터의 몫이 되면서 인간의 능력 중에서 자동화할 수 없는 부분의 가치가 높아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감성과 상상력,스토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스토리가 뛰어난 기업이 번영할 것입니다. 스토리가 상품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국가도 이야기 전쟁에서 질 경우 선진국 도약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문화적 식민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외 이야기를 재미있는 상품으로 창조해내는 '이야기 전사'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창의력 중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야기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유통 및 디지털 기술 등 각종 지원체제도 갖춰야 합니다. 세계 경제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는 스토리 경제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강원대 경제학과,연세대 경영대학원 △현대그룹 기획실 경영혁신팀장,Bank25 마케팅 본부장,메타컨설팅 수석컨설턴트 △현재 우송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저서 '위키매니지먼트' slkim3@hanmail.net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