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최근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내린 유상증자 신주 상장 유예조치에 대해 김앤장 태평양 등 주요 로펌들이 적법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파장이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28일 이들 법률대리인을 통해 거래소의 조치가 "부적법하다"며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유예 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반면 거래소는 "시장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당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하나금융은 32개 국내외 투자가와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1조3353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28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거래소는 150주를 소유한 소액주주 4명이 신주 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하자 지난 25일 신주 상장을 유예했다.

◆하나금융,"경직된 규정 적용이다"

하나금융이 김앤장과 태평양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결과 이들 로펌은 거래소의 하나금융 신주 상장 유예조치가 부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앤장은 "유가증권 상장규정에선 상장을 '유예할 수 있다'고 했을 뿐,반드시 상장을 유예하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거래소가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서 사안을 검토해 상장유예 결정을 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상장규정 103조는 '신주 발행 효력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될 경우 상장을 유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앤장은 또 "하나금융의 유상증자는 외환은행 인수라는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할인폭도 신주 발행을 무효화할 만큼 크지 않아 소액주주들이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며 낸 이번 소송의 승소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태평양 역시 "이번 신주 발행 무효소송은 유상증자를 저지할 목적의 전형적인 남소(濫訴)"라며 "상장규정이 거래소에 재량 판단 권한을 준 것은 이 같은 남소를 막아 거래 안전을 도모하고 투자자(신주인수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도록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소송 제기 시 상장 전례 없다"

거래소는 하나금융에 대한 상장유예 조치와 관련,'정당한 처분'임을 강조하고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거래소는 시장관리자로서 만에 하나 신주 발행이 무효가 됐을 경우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이 상장돼 유통되고 나면 복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하나금융 법률대리인의 '소(訴)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요구'에 대해서도 "거래소는 소송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법률기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2009~2010년 2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주 발행 무효소송과 관련해 현대금속 등 4건의 상장 유예조치가 내려졌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티엘씨레저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는 모두 상장폐지됐다. 4건 모두 주주가 상장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이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상장 기업과 주주 간의 문제인데 (하나금융이)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하나금융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한편 신주 상장을 전제로 공매도에 나섰다 상장유예 결정으로 결제에 어려움을 겪었던 KTB자산운용 등 기관들은 주식을 빌려 갚는 방식으로 결제 불이행 사태는 막았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지난 24일 주식 거래분의 결제 시한인 28일 오후 4시까지 하나금융 매매분에 대한 결제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금융감독 당국은 상장유예 문제와 별개로 오는 16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일 열리는 금융위는 어렵겠지만 16일에는 승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정환/이호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