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군이 수도 트리폴리 외곽도시까지 장악하면서 카다피 정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정부군은 리비아 석유 설비의 80%를 장악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석유 수출을 재개했다. 카다피 측은 여전히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카다피를 압박하기 위해 유엔의 제재보다 더 강력한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다.

◆반정부군,점령지역 확대

28일 외신들에 따르면 리비아 반정부군은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30㎞ 떨어진 소도시인 자위야를 장악했으며 이 지역을 재탈환하려는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이 지역의 반정부군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약 2000명의 친정부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공격을 해오고 있다"며 "우리는 자유를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양측이 수차례 교전을 벌였으나 친정부군이 도시를 탈환하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반정부군은 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알바닌 군사 공항을 함락시켰으며 트리폴리 서쪽의 소도시인 날루트 리바트카보우 등에서도 친카다피 세력을 몰아냈다.

반정부군 장악 지역이 늘어나면서 리비아 석유자원의 80%가 이들 손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라비안걸프오일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반정부군이 장악한 리비아 북서지역에 있는 토브룩항에서는 이날 70만배럴의 원유를 실은 탱크선이 중국으로 떠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동부지역에서 석유 수출이 재개된 것은 지난 19일 이후 8일 만이다.

카다피는 여전히 퇴진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그는 세르비아 TV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사태의 주범은 외국인들과 알카에다 "라며 "반란군들은 소수일 뿐이며 곧 제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리폴리에서는 반정부 시위 이후 기초 식료품 가격이 최고 500%까지 폭등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해 쌀 가격은 500% 올라 5㎏당 40달러를 호가하고 빵집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벵가지 등 동부 지역도 3주 내 심각한 식량 및 의약품 부족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제재 강도 높여

리비아로부터 자국민 송환을 마친 서방국가들이 카다피 일가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에 나섰다. 영국은 이날 카다피와 그의 자녀 5명 등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를 내리고 카다피 일가에 대한 외교적 면책특권도 박탈했다. 이와 관련,선데이타임스는 카다피 일가가 런던의 프라이빗 금융 매니저에게 48억달러를 예치했으며 런던에 상업용 부동산과 1600만달러 상당의 주택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유와 가스 자원 덕분에 리비아 국부펀드는 700억달러를 상회하는데 이 중 상당 부문이 카다피 일가에 의해 통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양국의 불가침 내용을 포함,2008년 리비아와 맺은 우호협정의 효력을 중지시켰다. 양국은 이탈리아가 리비아에 대한 30년간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으로 총 50억달러를 지불하고,리비아는 이탈리아의 불법 이민자 단속을 돕기로 하는 내용의 우호협정을 맺은 바 있다. 캐나다도 이날 리비아와의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유럽연합(EU)은 카다피 일가와 측근에 대한 제재안을 28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카다피를 포함해 총 26명이 비자발급 중단 또는 자산 동결 제재를 받게 됐다. EU는 또 무기류뿐 아니라 최루탄 등 반정부 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데 사용할 우려가 있는 물품의 수출도 금지하기로 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