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제 2015년 강행] "美ㆍ中도 눈치 보는데 왜 우리가 앞장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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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체면 살리려 무리수"
포스코만 매출 2조3000억 감소
재계 "국회 설득…시행 막겠다"
포스코만 매출 2조3000억 감소
재계 "국회 설득…시행 막겠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시기를 2015년 1월1일로 못박아 밀어붙이기에 나서면서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국가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한 수정 법률안 입법 예고 소식이 전해진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철강협회 등 주요 업종별 협회 대표자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기업 대표들은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정부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MB식 대못박기 아니냐" 반발
산업계의 잇단 건의에도 불구하고 도입 시기를 2015년 1월1일로 확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명박 대통령 체면 세우려고 하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대통령이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공식화한 데 발목이 잡혀 무리하게 도입 시기를 명문화했다는 얘기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산업계는 그동안 도입 시기 연기가 아니라 검토 자체를 2015년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했는데,정부가 입법을 강행해 당황스럽다"며 "2015년으로 도입 시기를 2년 미루고 무상 할당 비율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도 "늦추자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가 아무도 안 하는데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며 "비용 부담을 지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배출권 거래제를 다른 나라들에 앞서 도입하면 세계 1위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포스코마저도 아르셀로미탈,신일본제철 등 세계적인 철강사들과 경쟁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철강 · 석유화학업계 타격 커
철강업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이산화탄소 거래 가격이 t당 4만5000원 정도에 형성되면 철강제품을 비롯한 1차금속 업종은 매출이 한 해 7조7700억원(매출의 4.27%) 줄어든다. t당 4만5000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탄소배출 업종에 적용하는 거래가격이다.
국내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포스코는 연 2조3000억원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등 국내 업체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어 탄소를 더 줄일 여지가 없다"며 "결국 생산량을 늘릴수록 탄소 배출권으로 허공에 돈을 날려야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소모적인 논쟁 불가피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일 기업들을 대표해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법안에선 시행 시기를 못박았지만,그때 시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심의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면 2015년 시행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법안을 적용하기가 불가능한 만큼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 정부 방안에 제동을 걸겠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법에서는 무상 할당 비율이 95% 이상으로 돼 있지만 이는 99%,100%도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무상 할당 비율을 100%로 만들어 실제 시행 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명분에 매달려 도입 시기를 2015년으로 못박아 놓았다가 정작 그때가 되면 또 다른 정치,사회적 논란을 몰고올 소지가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약속대로 녹색정책 목표를 달성할지 모르지만 두고두고 논란거리를 남겨 놓는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 정책에 휘둘리는데 배출권 거래제 갖고 정부가 또 얼마나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려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재희/장창민 기자 joyjay@hankyung.com
◆ 배출권 거래제
기업이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뒤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초과분을 시장에서 사야 하고,할당량보다 배출량이 적으면 절약분을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을 정부의 직접 규제가 아닌 시장 원리에 맡기는 시장형 규제라는 게 정부 주장이다. 기업들은 제조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며 경쟁국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한 수정 법률안 입법 예고 소식이 전해진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철강협회 등 주요 업종별 협회 대표자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기업 대표들은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정부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MB식 대못박기 아니냐" 반발
산업계의 잇단 건의에도 불구하고 도입 시기를 2015년 1월1일로 확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명박 대통령 체면 세우려고 하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대통령이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공식화한 데 발목이 잡혀 무리하게 도입 시기를 명문화했다는 얘기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산업계는 그동안 도입 시기 연기가 아니라 검토 자체를 2015년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했는데,정부가 입법을 강행해 당황스럽다"며 "2015년으로 도입 시기를 2년 미루고 무상 할당 비율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도 "늦추자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가 아무도 안 하는데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며 "비용 부담을 지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배출권 거래제를 다른 나라들에 앞서 도입하면 세계 1위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포스코마저도 아르셀로미탈,신일본제철 등 세계적인 철강사들과 경쟁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철강 · 석유화학업계 타격 커
철강업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이산화탄소 거래 가격이 t당 4만5000원 정도에 형성되면 철강제품을 비롯한 1차금속 업종은 매출이 한 해 7조7700억원(매출의 4.27%) 줄어든다. t당 4만5000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탄소배출 업종에 적용하는 거래가격이다.
국내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포스코는 연 2조3000억원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등 국내 업체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어 탄소를 더 줄일 여지가 없다"며 "결국 생산량을 늘릴수록 탄소 배출권으로 허공에 돈을 날려야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소모적인 논쟁 불가피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일 기업들을 대표해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법안에선 시행 시기를 못박았지만,그때 시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심의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면 2015년 시행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법안을 적용하기가 불가능한 만큼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 정부 방안에 제동을 걸겠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법에서는 무상 할당 비율이 95% 이상으로 돼 있지만 이는 99%,100%도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무상 할당 비율을 100%로 만들어 실제 시행 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명분에 매달려 도입 시기를 2015년으로 못박아 놓았다가 정작 그때가 되면 또 다른 정치,사회적 논란을 몰고올 소지가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약속대로 녹색정책 목표를 달성할지 모르지만 두고두고 논란거리를 남겨 놓는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 정책에 휘둘리는데 배출권 거래제 갖고 정부가 또 얼마나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려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재희/장창민 기자 joyjay@hankyung.com
◆ 배출권 거래제
기업이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뒤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초과분을 시장에서 사야 하고,할당량보다 배출량이 적으면 절약분을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을 정부의 직접 규제가 아닌 시장 원리에 맡기는 시장형 규제라는 게 정부 주장이다. 기업들은 제조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며 경쟁국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