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의 리비아 철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늦은 25일(현지시간)에야 본격화되고 있다. 자연 정부의 뒷북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집트항공의 전세기는 당초 24일 오전 9시30분에 트리폴리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지만 하루 뒤인 25일 오전 4시30분에 도착했다. 이미 공항 인근에 집결했던 198명의 교민은 20여시간 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전세기가 제때 도착하지 못한 것은 리비아 당국으로부터 착륙 허가를 제때 받지 못한 때문이다. 각국의 전세기들이 한꺼번에 몰려 이착륙이 지연되고 있는 것.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전세기 투입 결정을 1~2일만 앞당겼더라도 이런 사태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 측은 이에 대해 "좀 더 버텨보자는 대형 건설사와 당장 탈출해야 한다는 중소 건설사의 의견 차이가 나면서 전세기 투입 결정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전세기 비용부담을 놓고 업체와 정부 부처 간 실랑이를 벌인 것도 전세기 투입이 늦어진 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당초 건설업체와 국토부는 국가위기 사태인 만큼 건설사와 정부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외교통상부는 수익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문제는 결국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돈을 벌고 있는 건설사들이 내는 게 맞다"고 말해 건설업체가 전액 부담키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전세기 비용은 1억4000만원,대한항공 전세기는 4억원 수준이다.

정부가 당초 리비아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20일 조대식 주 리비아 대사를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라고 귀국시켰다가 22일 조 대사를 다시 리비아로 귀임조치했다. 조 대사는 튀니지에 머물다가 25일 오전에야 리비아에 복귀했다.

국방부는 24일 오후 아덴만에서 임무 중인 청해부대 최영함(4500t급 구축함)을 급파했다. 중국 등 다른 나라가 파견한 뒤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역시 뒷북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함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리비아 북부 해안에 닿는 데 1주일가량 소요된다.

장진모/장규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