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추진 중이던 대만 반도체 업체 인수·합병(M&A)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엘피다의 대만 반도체 업체 M&A가 무산된다면 단기적으로 업황 반등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각각 업계 6, 7위인 대만 파워칩테크놀로지와 프로모스테크놀로지의 독자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아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호조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은 "정서적으로 대부분의 대만 반도체업체 사장들은 통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엘피다는 아직 프로모스 지분 인수를 고려중이나 자세한 사항을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M&A가 무산된다면 단기적으로 반도체 업황 반등 강도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엘피다가 대만 반도체업체를 M&A하면 공급처가 줄면서 D램 메모리 가격 반등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민희 동부증권 기업분석본부장은 "당초 구조조정 기대를 감안하면 산업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 단기적으로 D램 메모리 업황 반등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성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당초 오는 3∼4월부터 가시적으로 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D램 메모리 가격 반등의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기조적인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가파른 D램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줄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A가 실패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대만업체들이 고사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파워칩과 프로모스가 시장에서 완전히 탈락하게 되면 공급자가 한꺼번에 줄어 한국업체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며 "되레 반도체 업황에 호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희 본부장도 "PC D램 중심인 대만업체들이 서서히 고사할 전망"이라며 "모바일 기기 확산에 따라 모바일 D램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삼성전자하이닉스도 부문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