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헬스] 치매, 뇌 속 '기억저장고' 작아지며 진행…우울증 있으면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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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노화와 치매
피하고 싶은 공포
뇌 노폐물 쌓이면서 기능 저하…단기기억력 감퇴 땐 진찰 받아야
폭음·스트레스는 毒
1週 4일 이상 규칙적인 운동…독서·바둑 '머리쓰기'도 꾸준히
피하고 싶은 공포
뇌 노폐물 쌓이면서 기능 저하…단기기억력 감퇴 땐 진찰 받아야
폭음·스트레스는 毒
1週 4일 이상 규칙적인 운동…독서·바둑 '머리쓰기'도 꾸준히
서울 신정동에 사는 박모씨는 지난 6개월 지옥같은 삶을 경험했다. 인자한 성품에다 맞벌이를 하는 박씨 부부에게 가사 도움을 줬던 모친 김씨(73)에게 치매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부인이 직장에 사표를 냈지만,두 아이 뒷바라지에다 치매환자까지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최근 모친을 요양소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고령화 사회를 위협하는 최대 난치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2002년 4만7747명(실인원)에서 2009년 21만6139명으로 4.54배 늘었다. 총진료비도 561억원에서 6211억원 수준으로 11배 이상 불어났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급증할 수밖에 없는 치매는 노인과 그 자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치매 조기검진 대상을 연간 4만명으로 늘리고 저소득층 치매환자에게 월 3만원씩의 치매치료관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후 치매에 걸릴 위험은 5년에 2배씩 증가하고 85세를 넘으면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65~74세 인구의 3%,75~84세는 19%,85세 이상은 47%가 치매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인간의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나이를 먹으며 매일 수천~수만개의 뇌세포가 죽는다. 그렇다 해도 뇌세포 전체를 잃으려면 274년이 걸리므로 50대 이후 급락하는 기억력,판단력의 저하만 효과적으로 방어한다면 아흔이 넘어도 거뜬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50대부터 뇌 노화로 치매진행
뇌의 노화 과정은 뇌신경세포 밖의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응축돼 노인반(senile plaque)이 형성된다. 이어 비정상적인 타우단백질이나 신경섬유,뇌내 노폐물과 엉겨 신경섬유농축체(neurofibrillary tangle)를 만들어 신경세포 안에 실타래처럼 꼬인 상태로 차곡차곡 쌓임으로써 진행된다. 시냅스(신경세포 간 교차점)와 뇌내 수용체(신경전달물질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곳)의 기능이 감소하는 것도 주된 요인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60~80%를 차지한다. 이 병의 발병원인으로 알려진 신경섬유농축체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은 '해마'다. 점차 병이 깊어지면 다른 대뇌 피질부위에도 광범위하게 생긴다.
유경호 한림대 성심병원(평촌) 신경과 교수는 "대뇌 측두엽에 위치해 단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5~10분 전 기억한 단어나 숫자를 오랜 기억으로 굳어지게 하는 임시 저장고 역할을 한다"며 "50대 들어 단기기억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면 뇌의 노화가 시작됐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적 기준에 의해 치매로 진단될 경우 해마의 용적이 20%이상 감소되는 등 뇌의 전반적 위축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기억력이 잘 보존된 사람들은 뇌 속 해마의 영역이 평균치보다 10%가량 더 크고 뇌 전체 용적도 더 넓다.
해마 기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폭음과 과중한 스트레스다. 뇌세포에 산화적 스트레스를 가해 염증반응에 이은 신경독성을 일으켜 신경세포를 죽게 한다. 적당량의 스트레스는 기억력을 증진시킨다. 마감시한의 압력이 있으면 지적 집중력과 지구력이 좋아져 정보를 효과적으로 습득하고 기억의 강화와 재생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과중한 스트레스는 뇌내 호르몬의 일종인 코티솔의 분비량을 급증시켜 기억력을 흐리게 만든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영구적 기억손실로 이어지는데 그 정도는 스트레스를 완충하는 각자의 대응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적당한 운동과 독서로 치매 예방
뇌의 노화를 예방하려면 정신건강을 개선하고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려는 탐구정신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TV시청 같은 수동적인 정보습득보다는 독서 등 능동적인 학습이 치매에 훨씬 도움이 된다. 다양한 단어를 접하고,문맥의 논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단기기억 및 장기기억 훈련효과를 볼 수 있다. 고스톱이나 바둑 등도 노인의 기억장애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독서에는 미치지 못한다.
1주일에 4일 이상,매회 30~45분씩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도 줄여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다.
유 교수는 "콜레스테롤,중성지방 등 노폐물이 많은 피는 뇌에 좋지 않기 때문에 운동으로 혈관 정화에 나서야 한다"며 "운동은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밀로이드 독성단백질(Aβ-42)의 축적량을 감소시켜 뇌내 신경세포를 리뉴얼하고 더 촘촘하게 연결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조언했다.
그림그리기,악기연주,종이접기,바느질 등 손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도 치매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술 · 음악 · 공작치료가 치매 노인에게 추천되는 이유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봉사나 취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한다. 홀로 지내는 노인은 고독감과 우울증에 빠지기 쉬우며 이로 인해 언어기능 등 뇌 활동이 둔화될 수 있다. 우울증은 뇌의 인지기능과 구조에는 큰 이상이 없으나 주의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를 가져오는 가성치매(pseudodementia)를 초래한다. 게다가 치매로 이어질 확률도 26%로 우울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10%포인트 높아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고령화 사회를 위협하는 최대 난치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2002년 4만7747명(실인원)에서 2009년 21만6139명으로 4.54배 늘었다. 총진료비도 561억원에서 6211억원 수준으로 11배 이상 불어났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급증할 수밖에 없는 치매는 노인과 그 자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치매 조기검진 대상을 연간 4만명으로 늘리고 저소득층 치매환자에게 월 3만원씩의 치매치료관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후 치매에 걸릴 위험은 5년에 2배씩 증가하고 85세를 넘으면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65~74세 인구의 3%,75~84세는 19%,85세 이상은 47%가 치매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인간의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나이를 먹으며 매일 수천~수만개의 뇌세포가 죽는다. 그렇다 해도 뇌세포 전체를 잃으려면 274년이 걸리므로 50대 이후 급락하는 기억력,판단력의 저하만 효과적으로 방어한다면 아흔이 넘어도 거뜬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50대부터 뇌 노화로 치매진행
뇌의 노화 과정은 뇌신경세포 밖의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응축돼 노인반(senile plaque)이 형성된다. 이어 비정상적인 타우단백질이나 신경섬유,뇌내 노폐물과 엉겨 신경섬유농축체(neurofibrillary tangle)를 만들어 신경세포 안에 실타래처럼 꼬인 상태로 차곡차곡 쌓임으로써 진행된다. 시냅스(신경세포 간 교차점)와 뇌내 수용체(신경전달물질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곳)의 기능이 감소하는 것도 주된 요인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60~80%를 차지한다. 이 병의 발병원인으로 알려진 신경섬유농축체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은 '해마'다. 점차 병이 깊어지면 다른 대뇌 피질부위에도 광범위하게 생긴다.
유경호 한림대 성심병원(평촌) 신경과 교수는 "대뇌 측두엽에 위치해 단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5~10분 전 기억한 단어나 숫자를 오랜 기억으로 굳어지게 하는 임시 저장고 역할을 한다"며 "50대 들어 단기기억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면 뇌의 노화가 시작됐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적 기준에 의해 치매로 진단될 경우 해마의 용적이 20%이상 감소되는 등 뇌의 전반적 위축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기억력이 잘 보존된 사람들은 뇌 속 해마의 영역이 평균치보다 10%가량 더 크고 뇌 전체 용적도 더 넓다.
해마 기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폭음과 과중한 스트레스다. 뇌세포에 산화적 스트레스를 가해 염증반응에 이은 신경독성을 일으켜 신경세포를 죽게 한다. 적당량의 스트레스는 기억력을 증진시킨다. 마감시한의 압력이 있으면 지적 집중력과 지구력이 좋아져 정보를 효과적으로 습득하고 기억의 강화와 재생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과중한 스트레스는 뇌내 호르몬의 일종인 코티솔의 분비량을 급증시켜 기억력을 흐리게 만든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영구적 기억손실로 이어지는데 그 정도는 스트레스를 완충하는 각자의 대응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적당한 운동과 독서로 치매 예방
뇌의 노화를 예방하려면 정신건강을 개선하고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려는 탐구정신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TV시청 같은 수동적인 정보습득보다는 독서 등 능동적인 학습이 치매에 훨씬 도움이 된다. 다양한 단어를 접하고,문맥의 논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단기기억 및 장기기억 훈련효과를 볼 수 있다. 고스톱이나 바둑 등도 노인의 기억장애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독서에는 미치지 못한다.
1주일에 4일 이상,매회 30~45분씩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도 줄여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다.
유 교수는 "콜레스테롤,중성지방 등 노폐물이 많은 피는 뇌에 좋지 않기 때문에 운동으로 혈관 정화에 나서야 한다"며 "운동은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밀로이드 독성단백질(Aβ-42)의 축적량을 감소시켜 뇌내 신경세포를 리뉴얼하고 더 촘촘하게 연결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조언했다.
그림그리기,악기연주,종이접기,바느질 등 손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도 치매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술 · 음악 · 공작치료가 치매 노인에게 추천되는 이유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봉사나 취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한다. 홀로 지내는 노인은 고독감과 우울증에 빠지기 쉬우며 이로 인해 언어기능 등 뇌 활동이 둔화될 수 있다. 우울증은 뇌의 인지기능과 구조에는 큰 이상이 없으나 주의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를 가져오는 가성치매(pseudodementia)를 초래한다. 게다가 치매로 이어질 확률도 26%로 우울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10%포인트 높아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