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협력사 이익 공유제' 쇼크] "삼성·LG 납품 받는 애플에도 이익 나누라고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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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박 받는 대기업 '부글부글'
"글로벌 소싱 시스템 무시…자본주의 근간 흔드는 일
대기업 적자 땐 보전해 주나…부도덕한 집단 취급 불쾌
수백개 협력사 기여도 평가…실현가능성 전혀 없어"
"글로벌 소싱 시스템 무시…자본주의 근간 흔드는 일
대기업 적자 땐 보전해 주나…부도덕한 집단 취급 불쾌
수백개 협력사 기여도 평가…실현가능성 전혀 없어"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이익 공유제는 기업 경영의 현실을 모르는 데서 나온 실현 가능성 제로(0)인 제도다. "(A기업 임원)
"국내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조달받아 막대한 이익을 내는 애플에는 왜 초과이익을 나누라고 요구하지 않는가?"(B기업 임원)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23일 대기업의 이익 중 일정 부분을 협력업체와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 '협력사 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를 도입키로 한 것에 대해 대기업들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24일 "이익 공유제는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무시한 것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제 도입된다면 당초 취지와는 달리 나눠먹기식 포퓰리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자본주의 근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익공유제는 허구적인 제도"
이익 공유제는 대기업들이 내는 초과이익에 대해 협력업체들의 기여분을 인정,이익의 일정분을 나누자는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구체적인 이익 배분 방법과 관련해선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영 및 소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정 위원장 말대로 '자율적으로' 이익공유제를 도입 ·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 전자업체 임원은 "대기업들은 많게는 수백~수천개의 협력업체가 있고 각각의 협력업체들은 연구개발 및 원가혁신 성과가 천차만별"이라며 "대기업이 낸 초과이익 중 협력업체의 기여분을 산정하고,여기서 다시 개별업체들의 기여분을 추가 계산해 이익을 배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글로벌 소싱이 보편화돼 있어 협력업체 중엔 국내 기업도 있고 해외 기업도 많다"며 "초과이익 중 국내 협력업체 기여분만 산정해 이익을 나누고 해외 협력업체들은 이익 공유에서 배제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 전자부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신흥시장 진출을 위해 협력업체들에 동반 진출을 제안했지만 위험하다면서 거부했다"며 "대기업이 적자를 내면 협력업체들이 보전해주는 것도 아닌데 모든 위험은 대기업이 지고 이에 따른 이익을 나누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 훼손 우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삼성과 LG 계열사들로부터 반도체 LCD패널 등을 공급받는 애플과 구글은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며 "동반성장위는 이 두 업체에 '돈을 많이 버니 한국 협력업체를 위해 이익을 나눠달라'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이익 공유제 도입이 강행되면 자본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국내 기업들의 장기 성장 동력도 훼손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걱정했다. 한 관계자는 "요즘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국내 대기업에만 납품하지 않고 대만 일본 미국 등 국내 대기업의 해외 경쟁업체들에도 동시에 납품을 한다"며 "만일 이익 공유제가 실시되면 국내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납품단가 등에서 손해를 보면서 일본 대만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방위 압박에 몰린 대기업
국내 대기업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정책으로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업체 납품단가를 올리라는 요구를 받는 등 전방위적 압박에 처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기업의 59.4%가 "원자재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가격경쟁력 약화'(52.3%)가 가장 많았지만,'담합조사 등에 따른 부담감'도 19.4%나 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착취하는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각종 정부 정책이 추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동반성장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접근법 자체가 틀렸다. 강제로 하면 될 일도 안된다"며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이를 적극 알리는 방식으로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는 "전체적으로 대기업과 직접 하도급 관계인 중소기업은 24%에 불과해 대기업의 이익을 나눠도 도움이 안된다"며 "나머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열/송형석 기자 mustafa@hankyung.com
◆ 협력사 이익 공유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임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도 나눠야 한다"며 이 개념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기업의 이익 중 일정 부분을 떼어서 협력업체와 나누는 게 골자다. 동반성장위는 협력업체가 거래 관계에 있는 대기업의 이익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적용 범위 등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조달받아 막대한 이익을 내는 애플에는 왜 초과이익을 나누라고 요구하지 않는가?"(B기업 임원)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23일 대기업의 이익 중 일정 부분을 협력업체와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 '협력사 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를 도입키로 한 것에 대해 대기업들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24일 "이익 공유제는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무시한 것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제 도입된다면 당초 취지와는 달리 나눠먹기식 포퓰리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자본주의 근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익공유제는 허구적인 제도"
이익 공유제는 대기업들이 내는 초과이익에 대해 협력업체들의 기여분을 인정,이익의 일정분을 나누자는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구체적인 이익 배분 방법과 관련해선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영 및 소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정 위원장 말대로 '자율적으로' 이익공유제를 도입 ·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 전자업체 임원은 "대기업들은 많게는 수백~수천개의 협력업체가 있고 각각의 협력업체들은 연구개발 및 원가혁신 성과가 천차만별"이라며 "대기업이 낸 초과이익 중 협력업체의 기여분을 산정하고,여기서 다시 개별업체들의 기여분을 추가 계산해 이익을 배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글로벌 소싱이 보편화돼 있어 협력업체 중엔 국내 기업도 있고 해외 기업도 많다"며 "초과이익 중 국내 협력업체 기여분만 산정해 이익을 나누고 해외 협력업체들은 이익 공유에서 배제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 전자부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신흥시장 진출을 위해 협력업체들에 동반 진출을 제안했지만 위험하다면서 거부했다"며 "대기업이 적자를 내면 협력업체들이 보전해주는 것도 아닌데 모든 위험은 대기업이 지고 이에 따른 이익을 나누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 훼손 우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삼성과 LG 계열사들로부터 반도체 LCD패널 등을 공급받는 애플과 구글은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며 "동반성장위는 이 두 업체에 '돈을 많이 버니 한국 협력업체를 위해 이익을 나눠달라'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이익 공유제 도입이 강행되면 자본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국내 기업들의 장기 성장 동력도 훼손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걱정했다. 한 관계자는 "요즘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국내 대기업에만 납품하지 않고 대만 일본 미국 등 국내 대기업의 해외 경쟁업체들에도 동시에 납품을 한다"며 "만일 이익 공유제가 실시되면 국내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납품단가 등에서 손해를 보면서 일본 대만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방위 압박에 몰린 대기업
국내 대기업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정책으로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업체 납품단가를 올리라는 요구를 받는 등 전방위적 압박에 처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기업의 59.4%가 "원자재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가격경쟁력 약화'(52.3%)가 가장 많았지만,'담합조사 등에 따른 부담감'도 19.4%나 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착취하는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각종 정부 정책이 추진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동반성장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접근법 자체가 틀렸다. 강제로 하면 될 일도 안된다"며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이를 적극 알리는 방식으로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는 "전체적으로 대기업과 직접 하도급 관계인 중소기업은 24%에 불과해 대기업의 이익을 나눠도 도움이 안된다"며 "나머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열/송형석 기자 mustafa@hankyung.com
◆ 협력사 이익 공유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임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도 나눠야 한다"며 이 개념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기업의 이익 중 일정 부분을 떼어서 협력업체와 나누는 게 골자다. 동반성장위는 협력업체가 거래 관계에 있는 대기업의 이익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적용 범위 등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