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조세피난처로 빠져 나가는 자본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과세 대상 표준액이 크게 늘어난 반면 상속 · 증여세율 조정은 이뤄지지 않아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진 여파로 해석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해외 조세 포탈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있으나 자본 해외 유출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24일 관세청이 발표한 '조세피난처 국가와의 대외거래 현황 분석'에 따르면 조세피난처로 분류되는 62개 국가와 한국의 지난해 수출입 실적은 1382억달러로 전년(1204억달러)보다 14.8% 증가했다. 이에 비해 조세피난처와의 외환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37.2% 늘어난 2552억달러로 '실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빠져 나갔다. 조세피난처 국가들과의 수출입 실적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0%에서 지난해 16%로 줄어든 반면 외환거래 비중은 이 기간 중 20%에서 28%로 높아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세피난처로 자본 유출이 이뤄졌음을 뜻한다"며 "무역대금 지급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작년 조세피난처에서 들어온 수입 신고액은 428억달러에 그쳤지만 수입대금 지급액은 1317억달러로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조세피난처에 대한 직접투자도 2007년 60억달러,2008년 81억달러,2009년 106억달러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93억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투자에서 조세피난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8.5%였다.

관세청 관계자는 "불법 외환거래를 통한 자본 유출의 증가는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