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갈피에서 발견한 쪽지 한 장.히말라야 골짜기에 있는 라다크의 한 가정집 주소와 이름이 적힌 쪽지였다. 10년 전 그곳을 여행할 때 기념사진을 찍고 보내주기로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주소였다. 사진을 부치고 계절이두 번 바뀌었을 때 이메일로 답장이 왔다. 주소에 적힌 이름 스칼장 아몽의 아들 도르제가 보낸 편지였다. 10년 전 어린 소년이 이제 청년이 되어 인도 델리에서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인연,언젠가 만날》은 이렇게 인연이 다시 이어져 라다크를 10년 만에 찾아간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담은 책이다. 사진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그들을 찾아가는 여정과 재회,머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전설의 사원에서 보낸 여름 한철의 이야기를 절제된 사진과 함께 책에 담았다.

처음 찾아갔을 때 10루피의 행복을 알려줬던 소년이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고 망연자실하는 대목에선 깊은 슬픔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며칠을 기다려도 사람 하나 오지 않는 사원의 단조로운 일상,꽃도 사람도 외로운 땅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 스님들,피고지는 꽃을 보며 연기법을 체득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되찾게 한다.

작가의 카메라 가방을 가리키며 "이런 가방을 갖게 해달라고 신께 빌었다"던 소년에게 보낸 화물박스 두 개 분량의 가방들은 무사히 전해졌을까.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