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準전시' 상황] 건설현장 곳곳 방화·약탈·…근로자 1000여명 오도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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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피해
시위대 외국기업에 화풀이
차량·중장비·컴퓨터 탈취…현대차 벵가지 쇼룸 폐쇄
학교·모스크·결혼식장…원건설 70명 옮겨다녀
시위대 외국기업에 화풀이
차량·중장비·컴퓨터 탈취…현대차 벵가지 쇼룸 폐쇄
학교·모스크·결혼식장…원건설 70명 옮겨다녀
"현지인들 눈에 안 띄는 곳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형편입니다. " 리비아 동부 데르나시에서 아파트 2000세대를 짓고 있는 원건설의 70명 직원들은 17일 새벽 0시(이하 현지시간)부터 사흘간 피 말리는 도피 경험을 해야 했다. 인근 주민들이 총,칼을 들고 난입하자 공사 현장에서 1㎞쯤 떨어진 학교로 대피한 게 시작이었다. 워낙 경황이 없던 터라 마실 물조차 휴대하지 않았다. 학교엔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라 먹을 것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일단 시내로 들어가야겠다는 판단이 들자 원건설 직원들은 19일 데르나 시내에 있는 모스크로 대피했다. 점퍼 오른쪽 상단에 달고 있던 회사 로고도 모두 뗐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혹시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에서였다. 실제 원건설은 지난 1월에도 주민들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모스크도 안전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가급적이면 현지인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데르나시의 결혼식장과 계약을 맺어 20일부터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 긴급 대피
현지 진출 기업들은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결국 리비아를 탈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렵게 쌓아놓은 사업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벵가지지역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현지 진출 건설사 근로자 500여명은 이미 벵가지공항이 폐쇄됐고 육로까지 막혀 안전지역에서 속수무책으로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폴리지역에 있는 현지 진출 건설회사 근로자 500여명은 공항은 열려 있으나 리비아 정부의 행정이 마비돼 출국 때 필요한 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외교통상부는 파악하고 있다. 안전 지역에 피신해 있는 근로자와 가족들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통신이 두절된데다 식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한국인 직원들의 피해도 발생했다. 팔라시(市)에서 아파트 1000세대를 건설 중인 ㈜신한의 공사 현장과 직원 숙소에 인근 주민들이 침입해 한국인 직원 3명이 경상을 입고 현지에서 작업하던 방글라데시 근로자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1일 "현지시간으로 새벽 0시에 괴한 수백 명이 난입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한국인 근로자 40~50명 정도와 방글라데시 근로자 1600여명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도로 변한 리비아 주민 중 일부는 총과 칼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건설 업체 직원들과 리비아 현지 주민들의 대치 상황은 오전 7시까지 7시간가량 계속됐다. 이 당국자는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경우 교민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 벵가지시에 파견 나가 있는 현대건설 직원들도 지난 19일 차량 7대를 탈취당하는 일을 겪었다. 방화로 건설 현장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한국인 직원 15명은 인근 대우건설 발전소 건설 현장으로 긴급 대피했다. 주말 심야라 곤히 잠들었던 한국인 근로자와 가족 18명은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 차량과 중장비,컴퓨터 등을 탈취하고 불을 지르는 모습은 무정부 상황을 휘젓고 다니는 폭도에 가까웠다.
◆트리폴리 공항 폐쇄설도 나돌아
이길범 KOTRA 트리폴리센터장은 "거리에 나가보면 트리폴리 공항 폐쇄설 등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며 "직원을 비롯 가족들을 하루빨리 귀국시키는 방안을 기업들마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파슨스 관계자는 "리비아 내 정정이 악화되고 있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일단 인근 국가에 대피해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감리를 맡고 시공은 중국회사가 담당한다"며 "이대로 가면 공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와의 교역 관계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벵가지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딜러의 경우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매장 차량을 안전 지대로 이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쇼룸은 모두 폐쇄했다.
박동휘/장규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
일단 시내로 들어가야겠다는 판단이 들자 원건설 직원들은 19일 데르나 시내에 있는 모스크로 대피했다. 점퍼 오른쪽 상단에 달고 있던 회사 로고도 모두 뗐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혹시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에서였다. 실제 원건설은 지난 1월에도 주민들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모스크도 안전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가급적이면 현지인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데르나시의 결혼식장과 계약을 맺어 20일부터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 긴급 대피
현지 진출 기업들은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결국 리비아를 탈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렵게 쌓아놓은 사업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벵가지지역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현지 진출 건설사 근로자 500여명은 이미 벵가지공항이 폐쇄됐고 육로까지 막혀 안전지역에서 속수무책으로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폴리지역에 있는 현지 진출 건설회사 근로자 500여명은 공항은 열려 있으나 리비아 정부의 행정이 마비돼 출국 때 필요한 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외교통상부는 파악하고 있다. 안전 지역에 피신해 있는 근로자와 가족들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통신이 두절된데다 식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한국인 직원들의 피해도 발생했다. 팔라시(市)에서 아파트 1000세대를 건설 중인 ㈜신한의 공사 현장과 직원 숙소에 인근 주민들이 침입해 한국인 직원 3명이 경상을 입고 현지에서 작업하던 방글라데시 근로자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1일 "현지시간으로 새벽 0시에 괴한 수백 명이 난입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한국인 근로자 40~50명 정도와 방글라데시 근로자 1600여명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도로 변한 리비아 주민 중 일부는 총과 칼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건설 업체 직원들과 리비아 현지 주민들의 대치 상황은 오전 7시까지 7시간가량 계속됐다. 이 당국자는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경우 교민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 벵가지시에 파견 나가 있는 현대건설 직원들도 지난 19일 차량 7대를 탈취당하는 일을 겪었다. 방화로 건설 현장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한국인 직원 15명은 인근 대우건설 발전소 건설 현장으로 긴급 대피했다. 주말 심야라 곤히 잠들었던 한국인 근로자와 가족 18명은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 차량과 중장비,컴퓨터 등을 탈취하고 불을 지르는 모습은 무정부 상황을 휘젓고 다니는 폭도에 가까웠다.
◆트리폴리 공항 폐쇄설도 나돌아
이길범 KOTRA 트리폴리센터장은 "거리에 나가보면 트리폴리 공항 폐쇄설 등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며 "직원을 비롯 가족들을 하루빨리 귀국시키는 방안을 기업들마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파슨스 관계자는 "리비아 내 정정이 악화되고 있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일단 인근 국가에 대피해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감리를 맡고 시공은 중국회사가 담당한다"며 "이대로 가면 공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와의 교역 관계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벵가지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딜러의 경우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매장 차량을 안전 지대로 이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쇼룸은 모두 폐쇄했다.
박동휘/장규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