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바보야, 문제는 시장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백악관이 지난주 초 연방정부의 2012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부처별 내년 예산안은 2010년 예산과 비교한 증감을 표시했다. 올해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예산안이 의회에서 승인되지 않은 가운데 내년 예산안이 발표된 것이다. 복잡하고 지루한 '미국식' 예산전쟁의 시작이다.
올해 예산안은 의회에 벌써 제출됐지만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올 연초 새 의회 출범과 상임위 구성 탓에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임시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하원은 다수당인 공화당 주도로 지난주 토요일 새벽 615억달러 지출 삭감안을 통과시켜 예산안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 공화당은 사상 최대로 추정되는 1조6500억달러의 올해 재정적자를 두고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삭감안이 상원으로 넘어가면서 예산전쟁은 달아올랐다. 정부의 올해 예산안과 비교하면 공화당안은 1000억달러를 깎는 셈이 된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공화당안을 그대로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은 같은 기준으로 410억달러 삭감안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 개혁법 이행비용을 자른 공화당안이 통과돼 올라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다.
의회가 올해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시한은 다음 달 4일이다. 끝내 실패하면 연방정부 기능 대부분을 폐쇄(government shutdown)할 수밖에 없다. 국방 외교 치안을 제외한 업무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인 1995년 공화당의 예산안 처리 거부로 연방정부가 폐쇄된 사례가 있다.
올해 회계연도 예산전쟁이 끝나더라도 5월에는 부채한도 증액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적자재정이어서 부채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 현행 14조3000억달러인 부채한도를 의회에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아직은 재정지출이 필요하며 국채이자를 갚기 위해 부채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한도가 상향 조정되지 않을 경우 미 역사상 전례가 없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화당은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부채한도 전쟁이 마무리된 후엔 다시 내년 예산안을 두고 올연말까지 3차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백악관이 내놓은 3조7000억달러의 내년 예산안에서 추가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라고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미국인들 표현대로다. '악마는 항상 구체적인 방법론에 숨어 있다. ' 공화당은 예산지출 중 40.7%를 차지하는 메디케어(65세 이상 노년층 대상 의료보험),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의료보험),연금을 포함한 각종 사회복지비용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유층 감세연장 정책 폐지와 기업들에 대한 기존 세제혜택 폐지에 반대하면서 오바마와 민주당의 세수 확대론에 맞선다. 복지 우선인 민주당과 오바마는 주요 지지 기반인 서민층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여서 물고 물린다.
미국 연방정부가 재정적자를 과감히 줄이지 못하고 부채를 늘리면 결국 후손의 지갑을 터는 꼴이 된다. "바보야,문제는 후손들이야"라며 정치적 구호만 경쟁적으로 남발해선 해결되지 않는다. 양측이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나설 수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이자 인상 요구 등 시장의 강압 수단은 수두룩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올해 예산안은 의회에 벌써 제출됐지만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올 연초 새 의회 출범과 상임위 구성 탓에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임시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하원은 다수당인 공화당 주도로 지난주 토요일 새벽 615억달러 지출 삭감안을 통과시켜 예산안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 공화당은 사상 최대로 추정되는 1조6500억달러의 올해 재정적자를 두고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삭감안이 상원으로 넘어가면서 예산전쟁은 달아올랐다. 정부의 올해 예산안과 비교하면 공화당안은 1000억달러를 깎는 셈이 된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공화당안을 그대로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은 같은 기준으로 410억달러 삭감안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 개혁법 이행비용을 자른 공화당안이 통과돼 올라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다.
의회가 올해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시한은 다음 달 4일이다. 끝내 실패하면 연방정부 기능 대부분을 폐쇄(government shutdown)할 수밖에 없다. 국방 외교 치안을 제외한 업무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인 1995년 공화당의 예산안 처리 거부로 연방정부가 폐쇄된 사례가 있다.
올해 회계연도 예산전쟁이 끝나더라도 5월에는 부채한도 증액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적자재정이어서 부채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 현행 14조3000억달러인 부채한도를 의회에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아직은 재정지출이 필요하며 국채이자를 갚기 위해 부채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한도가 상향 조정되지 않을 경우 미 역사상 전례가 없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화당은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부채한도 전쟁이 마무리된 후엔 다시 내년 예산안을 두고 올연말까지 3차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백악관이 내놓은 3조7000억달러의 내년 예산안에서 추가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라고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미국인들 표현대로다. '악마는 항상 구체적인 방법론에 숨어 있다. ' 공화당은 예산지출 중 40.7%를 차지하는 메디케어(65세 이상 노년층 대상 의료보험),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의료보험),연금을 포함한 각종 사회복지비용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유층 감세연장 정책 폐지와 기업들에 대한 기존 세제혜택 폐지에 반대하면서 오바마와 민주당의 세수 확대론에 맞선다. 복지 우선인 민주당과 오바마는 주요 지지 기반인 서민층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여서 물고 물린다.
미국 연방정부가 재정적자를 과감히 줄이지 못하고 부채를 늘리면 결국 후손의 지갑을 터는 꼴이 된다. "바보야,문제는 후손들이야"라며 정치적 구호만 경쟁적으로 남발해선 해결되지 않는다. 양측이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나설 수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이자 인상 요구 등 시장의 강압 수단은 수두룩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