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이 남침하지 않도록 중국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과 일본 정부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김대중을 극형에 처하면 양국 관계가 파탄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는 21일 '외교문서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 1300여권(약 18만쪽)을 공개했다.

문서에 따르면 1980년 5월22일 머스키 미 국무장관은 차이 주미 중국대사를 불러 "북한이 한국 내 정세를 오판해 모험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머스키 장관은 특히 "미국은 북이 도발해올 경우 한 · 미 방위조약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고,이 같은 방침을 소련(현 러시아)에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교문서는 전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공중조기경보 통제기를 증파하는 등 모든 정보기관의 활동을 총동원해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1980년 사형을 선고받은 김대중 전(前) 대통령의 구명을 위해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미 하원 외교위 아 · 태 소위원회 소속 의원 9명은 1980년 10월3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만약 김대중이 처형당하면 한 · 미 관계는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한국이 이 같은 경고를 무시하면 주한 미 대사를 소환하고,차관을 포함한 경제 협력을 유보시키겠다고 말했다.

일본 스즈키 젠코 총리는 1980년 11월21일 최경록 주일대사를 불러 "김대중이 극형이 처해지면 한국과의 협력은 큰 제약을 받을 것이며 북한과 더욱 적극적인 교류를 요구하는 (일본 내)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우리 정부가 1968년부터 4년간 약 45t의 저준위 방사능폐기물을 동해상에 투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투기지역은 울릉도 남쪽 12해리로 수심 약 2200m지점이다. 폐기물은 두께 15㎝의 보관용기에 밀봉된 상태로 버려졌다. 1980년 당시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가 일본 해역에 방사능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이같이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1980년 북한의 제6차 당대회 동향을 분석하면서 당시 후계자로 부상한 김정일이 실질적인 2인자로서 역할수행이 가능하다고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정일에 대한 정보가 미미했던 상황에서 정부는 김정일의 성품과 관련해 '과격하고 고집이 세며 모험주의적 성격으로 두뇌가 명석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