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남 영암에서 국내 처음으로 열린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의 올해 개최 여부에 비상이 걸렸다. F1 운영업체 카보의 대주주인 SK건설이 전라남도에 1075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1을 유치한 전남도의 자금압박은 물론 올 10월로 예정된 대회 개최 여부도 안갯속으로 빠졌다.

박준영 전남도지사(F1 조직위원장)는 지난 16일 전남도청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SK건설을 민자사업자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며 "SK건설이 최근 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해와 기한이 도래하는 오는 6월까지 SK 측과 협의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 "6월까지 지분 가져가라"

F1 경기장 건설사업권을 따낸 SK건설이 전남도와 풋옵션을 맺은 것은 F1 대회의 수익성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SK 측은 카보에 대한 지분투자 요청을 받은 후 '건설투자자가 주식 매도권을 행사할 경우 공공출자자(전남도)가 인수한다'는 협약 조항을 넣었다.

SK건설이 풋옵션을 행사키로 한 금액은 초기 지분(24.67%)에 대한 출자금 148억원,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198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액 488억원,MBH(엠브릿지홀딩스) 지분 출자금 102억원,MBH 채무보증액 337억원 등 1075억원 규모다. MBH는 카보 내 다른 주주들의 요청으로 SK건설이 작년 말 추가로 지분(17%)을 인수한 업체다.

박 지사는 "영암 경기장 주변을 모터스포츠산업 클러스터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SK건설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이런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전남도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제안해온 게 없다"며 "F1 경기장 주변 개발사업의 경우 수익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지사 "3~4년 내 수익 정상화"

오는 10월14~16일로 예정된 F1 한국대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작년에 기록한 적자는 약 400억원이다. 박 지사는 "쉽지 않지만 3~4년 지나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대회의 적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컸던 이유로 △장마로 인한 공사 지연 △흥행 우려에 따른 스폰서 유치 실패 등을 꼽았다.

박 지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월드컵 경기장과 같은 체육시설을 지으면 정부가 30% 정도를 지원해주는 게 관례"라며 "영암 경기장은 약 17%밖에 받지 못했는데 국가 홍보효과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암 · 무안(전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풋옵션

put option.콜옵션의 반대 개념으로,특정 상품을 특정 시점 및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풋옵션에서 정한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낮으면 권리행사를 포기하고 시장가격대로 매도하는 게 유리하지만,반대의 경우 풋옵션 권리를 행사해 차액만큼 이득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