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공정사회는 앞으로도 초당적으로, 초정권적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왜 그렇게 되지 못했는지 정부는 그 이유부터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대 정권들이 유사한 주제를 들고 나왔음에도 모두 실패했던 것은 하나같이 당파적, 정치적 이해 차원에서 공정 이슈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공정사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면 국민적 ·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먼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방향성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8대 중점과제들을 내놨지만 공정한 병역의무(국방부)에서부터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지경부)에 이르기까지 각 부처 소관 이슈들을 집약한 데 불과해 보인다. 게다가 새로운 게 아니고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돼왔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망라됐다. 이런 식으로는 공정사회를 이뤄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치와 사회가 불공정한 환경에서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 공정성을 압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정치와 사회가 공정하게 돌아가야 개인과 기업도 그런 환경에 맞춰 공정하게 행동할 수 있고, 선진국이 공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71%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통계를 인용했지만 국회, 정부기관 등이 가장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는 국민들의 불신을 안다면 우선순위는 자명하다. 공정한 병역의무, 공평과세, 공정 · 투명한 공직인사, 전관예우성 관행 개선 등 정치 지도자와 정부부터 먼저 공정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