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대 재벌인 나기브 사위리스 오라스콤텔레콤 회장(56 · 사진)이 이번 민주화 혁명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위기 상황을 합리적으로 수습해 국민의 지지를 얻었으며 전 세계에 이집트 투자를 호소하는 등 행동하는 기업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위리스 회장은 "이집트는 최근 겪은 위기에서 곧 벗어날 것"이라며 "내 가족을 비롯한 부호들이 이집트를 떠나지 않는 것만 봐도 (투자에) 좋은 신호 아니냐"고 말했다고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그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으려고 애쓰던 다른 기업인들과 달리 정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여론의 신임을 얻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지난 7일 와엘 고님 구글 이사가 석방된 것도 사위리스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을 만나선 과도정부 수립을 요구했으며 시위대에는 "부통령을 믿어보자"고 설득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스타일이다. 알자지라TV는 차세대 리더로 군과 술레이만 부통령에 이어 사위리스 회장을 세 번째로 꼽았다.

오라스콤텔레콤은 모기업인 오라스콤그룹에서 1997년 분리됐다. 사위리스 회장은 온시 사위리스 오라스콤그룹 설립자의 장남으로 아버지로부터 철로와 정보기술(IT) 및 통신 분야를 일으켜세운 업적을 인정받아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의 회사는 1억300만명이 가입한 중동 최대의 이동통신업체로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31억달러(3조5000억원)였다. 이집트 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크다.

전 세계 12개국에 진출했으며 북한과도 손잡았다. 2008년 12월 지분 75%를 투자,고려링크를 설립한 후 북한에서 30만명의 가입자들에게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사위리스 회장이 지난달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을 때 이례적으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 재산이 25억달러(2조8000억원)로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374위의 부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