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과 건강을 연구하는 식품영양학자가 영혼을 살찌우는 시집을 발간해 화제다.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류홍수 교수는 16일 시집 ‘산타페 가는 길’(하늘책)을 펴냈다.이 시집에는 그의 기행시 47편이 산타페 가는 길, 텍사스, 성지순례 등 3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식품영양학자인 그는 왜 시를 쓰게 되었을까? 그는 “삶이 황막해서 광야를 찾아 헤매게 됐고,거기서 시를 만났다”면서 “시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주었고, 들리지 않던 것을 들려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 전 누가 부르는 것처럼 여름철이면 짐을 꾸려 광야로 여행을 떠났다.1987년 미국 서부를 15일 동안 자동차로 누빈 것을 시작으로 지난 25년간 그랜드캐니언을 열 두 번이나 방문했다.그러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마른 풀 위로 흘러가는 바람이 보였고, 길섶에 핀 작은 꽃에 깃든 사랑도 보였다고 했다. 그것이 시로 분출된 것이다.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가의 유토피아’로 불리는 산타페를 찾아가는 장도에서 어둠을 만난 그는 ‘산다는 것이 어차피 해를 등에 지고/떠밀리듯 이렇게 동쪽 길 가는 것일진대/우리네 울컥 쏟아낸 눈물들도/자정 가까우면 별이 된다고 했다’는 빛나는 시 구절을 얻기도 했다.

시집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남송우 교수(부경대 국어국문학과)는 “아무도 모르게 오랫동안 묻혀있던 보화 같은 시인을 발견한 놀라움을 느낀다”면서 “그의 시는 정착인이 항상 바라보는 시공간의 고착된 시야에서 벗어나 유목민적 사유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 시집에는 류 교수가 여행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 60여장이 함께 실려 시의 맛을 더하고 있다.

경기고와 부경대 전신인 부산수산대를 졸업한 그는 1983년부터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사)한국식품영양과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