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재정부의 '물가잡기 조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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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15일 오전에 브리핑을 하겠다고 급하게 공지했다. 오전 10시 재정부 기자실에서 임종룡 1차관과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이 유가와 통신비 관련 브리핑을 한다는 것이었다. 재정부 차관이 민감한 이슈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한다는 사실은 기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브리핑 자료를 받기 전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재정부가 자료로 내놓은 것은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들에 대한 해명뿐이었다. '한국 휘발유 가격이 해외에 비해 높지 않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임 차관이 직접 나서 반박했다. 그는 한국의 휘발유값(고급 휘발유 기준)이 22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는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등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꼼꼼히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정부가 유가와 통신비에 대해 왜 문제를 삼는지 등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유가(5.4%)와 통신비(5.9%)를 합친 물가구성 비중이 구제역이나 이상한파 탓에 물가폭등의 주범이 된 농축수산물의 물가 구성비중(8.8%)보다 높다는 임 차관의 지적은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3대 통신회사들이 지난해 매출액 대비 22.7%(7조8000억원)를 마케팅 비용으로 쓴 것은 현대 · 기아차(3.9%) 아모레퍼시픽(15.2%) 등 다른 업종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었다.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결국 소비자 요금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언급도 타당했다.
임 차관은 "원가가 상승하면 가격도 올라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시장 질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정유나 통신업계와 같은 독과점 가격결정 구조가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기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표에 매몰돼 조급증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재정부는 나라 전체의 살림을 관장하고 경제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곳이다. 물가가 아무리 급한 현안이라 하더라도 주무 부처들이 버젓이 있는데 재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통신사와 정유사를 꼭 집어 말하는 것도 관련 업계에는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
그러나 재정부가 자료로 내놓은 것은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들에 대한 해명뿐이었다. '한국 휘발유 가격이 해외에 비해 높지 않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임 차관이 직접 나서 반박했다. 그는 한국의 휘발유값(고급 휘발유 기준)이 22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는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등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꼼꼼히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정부가 유가와 통신비에 대해 왜 문제를 삼는지 등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유가(5.4%)와 통신비(5.9%)를 합친 물가구성 비중이 구제역이나 이상한파 탓에 물가폭등의 주범이 된 농축수산물의 물가 구성비중(8.8%)보다 높다는 임 차관의 지적은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3대 통신회사들이 지난해 매출액 대비 22.7%(7조8000억원)를 마케팅 비용으로 쓴 것은 현대 · 기아차(3.9%) 아모레퍼시픽(15.2%) 등 다른 업종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었다.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결국 소비자 요금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언급도 타당했다.
임 차관은 "원가가 상승하면 가격도 올라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시장 질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정유나 통신업계와 같은 독과점 가격결정 구조가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기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표에 매몰돼 조급증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재정부는 나라 전체의 살림을 관장하고 경제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곳이다. 물가가 아무리 급한 현안이라 하더라도 주무 부처들이 버젓이 있는데 재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통신사와 정유사를 꼭 집어 말하는 것도 관련 업계에는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