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특별위원회가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택한 것은 내부 출신이 지난 5개월여 동안의 내분 사태로 손상된 조직을 추스를 적임자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회장 내정자도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가 조직의 화합과 안정"이라고 말해 이 같은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한 내정자 체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날 특위에서 재일교포 사외이사 상당수는 끝까지 한 내정자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신한금융을 설립한 재일교포를 끌어 안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라응찬 전 회장이 한 내정자를 지원했다는 점을 들어 '소신 경영이 힘들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미룰 수 없는 숙제로 꼽힌다.

◆내부 출신 강점이 승부 갈랐다

신한금융 특별위원회는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에서 한동우 내정자,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4명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신한이 뉴욕 증시 상장법인으로서의 지배구조를 갖춰달라"며 후보 사퇴의 뜻을 밝혔다. 특위는 이후 나머지 3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의 투표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투표 결과 한 내정자가 5표를 얻었으며 한 의장이 3표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명은 기권했다.

당초 한 의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 중 1명이 한 내정자 지지로 돌아섰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국내 사외이사 중 1명이 한 의장을 지지했으나 재일교포 사외이사 중에서 이탈표가 나오자 막판에 기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중립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던 BNP파리바의 필립 아기니에 본부장도 분명한 의사표시를 했다. 한 내정자가 국내 사외이사 외에 재일교포 사외이사 1명을 자신의 지지표로 끌어들인 것이 결정적 승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시 갈라진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선 내부 출신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직 추스르기가 최대 과제

신한금융은 작년 9월부터 내분 사태를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 가장 안정된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신한금융은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한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장 큰 과제는 이처럼 타격을 입은 조직의 통합을 꾀하고 안정을 되찾는 일이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내분 과정에서 신상훈 전 사장 측으로 분류됐던 인사 등 반대파를 끌어안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대해 한 내정자는 "과거 '새롭게 알차게 따뜻하게'라는 행훈과 행가를 만들었을 때 제가 담당 부장이었다"며 "형님,부모,선배와 같은 마음으로 끌어 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 내정자가 조직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라 전 회장,신 전 사장,이백순 전 행장 등 '신한 빅3'의 색깔을 빼는 인사를 서서히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일교포와의 관계 설정에 주목

회장 선출 과정에서 한택수 의장을 지지해 왔던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관계 개선도 한 내정자가 안게 된 숙제다. 그는 재일교포 주주들과 대립각을 세워온 라 전 회장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내정자는 이에 대해 "재일교포 주주들의 아버지 세대부터 잘 알고 지냈다"며 "그들의 창업 이념을 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내정자가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 축소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선진 자본을 도입해 신한을 한 단계 글로벌한 조직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해 BNP파리바와 같은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8명 중 4명이 재일교포로 구성돼 있는 사외이사의 구성도 관심이다. 신한금융은 현재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규정된 5년 임기를 다 채운 이사는 재일교포인 정행남 이사가 유일하다. 이 자리를 국내 사외이사로 채우거나,현재 12명인 이사회 멤버를 법적으로 가능한 최대 인원인 15명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재일교포 사외이사의 비중을 줄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