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킴(KIM)이라고 불러주세요. "

여준호 한국투자신탁운용 경영전략실 차장은 요즘 해외 기관자금 유치를 위해 외국인들을 만나 명함을 건넬 때면 이렇게 말한다. 한국투신운용이 영문명을 종전 'Korea Investment Trust Management Co.(KITMC)'에서 'Korea Investment Management(KIM)'로 작년 말부터 바꾸었기 때문이다. 여 차장은 "외국인들도 한국인 성씨 중에 김씨가 많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회사 영문약자가 'KIM'이라고 얘기하면 친근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국인은 한국투신운용의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의 김남구 부회장의 이름을 딴 것이냐고 문의해 오기도 한다. 미국 내 헬스케어 · 바이오 부문에서 뱅가드,피델리티와 함께 3대 운용사로 꼽히는 SAM도 비슷한 사례다. 미국을 의인화해 부르는 '엉클 샘(Uncle Sam)'과 이름이 같은 점이 흥미롭다.

한국투신운용이 영문명을 바꾼 것은 해외사업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데 '투자신탁운용'을 직역한 종전 영문명에 'trust'가 들어가 외국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과거 영문명이 자산운용사임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어 바꿨다"면서 "그러나 국문 이름은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어 바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의 이름을 애셋매니지먼트(asset management) 또는 인베스트먼트(investment)로 쓴다. JP모건 애셋매니지먼트,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투자신탁운용'과 '자산운용'이라는 명칭이 혼용되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 이후 대부분 자산운용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74개 운용사 중 삼성과 PCA가 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꿔,투신운용을 사용하는 회사는 한국 · 아이 · 슈로더 · 프랭클린템플턴 · 한화 · 흥국 등 6개사만 남았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