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2000선이 무너지자 시장의 관심이 투자자문사로 쏠리고 있다.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 상승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자문형 랩이 하락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것이다.

자문사들은 올 들어 비교적 선방했지만 문제는 하락폭이 깊어지는 지금부터다. 자문사 간 대응전략은 갈리고 있다. 한국창의와 레오투자자문은 '현상 유지' 전략을 택한 반면,브레인과 중형 자문사들은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종목을 갈아타면서 적극적으로 수익률 방어에 나섰다.


◆브레인,낙폭 과대주로 비중 확대

11일 삼성 · 우리투자 · 한국투자증권 등 자문형 랩 규모 상위 5개 증권사의 121개 자문형 랩 가운데 88%인 107개가 연초 이후(10일 기준 · 삼성은 1일 기준) 코스피지수 상승률(-2.07%)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89개 자문형 랩은 하락장에서도 플러스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자문형 랩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제부터라는 지적이다. 자문형 랩은 10~20개 종목으로 구성되는 만큼 하락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지는 반면 기관 자금과 달리 선물 · 옵션으로 헤지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운용자산 1위인 브레인투자자문은 종목 교체로 하락장 대응에 나섰다. 이미 오른 대형주를 처분하고 낙폭과대주나 저평가된 우량주로 갈아타고 있다. 중형 자문사들은 수익률 방어에 더 민첩하다.

운용자산이 5000억~1조원으로 몸집이 비교적 가벼운 데다 자문형 랩을 판매할 때 대형사보다 단기 수익률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안효문 AK투자자문 대표는 "다음 주면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은 단기성 자금들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단기간 195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익률 관리를 위해 같은 정보기술(IT)이나 기계주라도 변동성이 작고 그동안 덜 오른 종목으로 옮겨가면서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비중을 60% 이상 유지해야 하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주식 비중을 0%까지 줄일 수 있는 자문형 랩의 장점을 활용하는 자문사도 있다. 김영민 토러스투자자문 대표는 "생각보다 조정폭이 커 어제 오늘 90% 이상이던 주식 비중을 70~80%로 낮췄다"며 "조정이 깊어지면 주식 비중을 더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창의 · 레오는 '현상 유지'

반면 한국창의투자자문은 '현상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두 달만 견디면 2분기부터는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운용자산이 큰 만큼 섣불리 전략을 수정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서재형 한국창의 대표는 "이머징시장의 자금 이탈은 일시적 현상으로,인플레이션 우려가 줄고 계절적 요인이 바뀌는 1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급이 너무 몰리거나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추가 조정이 오더라도 포트폴리오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운용자산 '1조원 클럽' 가입을 앞둔 레오투자자문의 김상백 대표도 "지난해 5~6월 유럽 재정위기가 왔을 때는 10%가 넘는 조정이 올 것으로 보고 주식 투자 비중을 0%로 낮춘 적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일단 지수 조정폭이 5% 미만으로 감내할 수준이고 내달쯤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평소처럼 90% 정도로 유지하면서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문형 랩이 국내 수급을 이끌어온 만큼 자문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경우 시장이 영향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문형 랩은 소수 종목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현금 비중을 높이거나 종목을 변경할 경우 시장이나 해당 종목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다만 조정폭이 아예 커지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매수세가 다시 거세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