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일 외국인 매도공세 지속에 장중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매물 폭탄을 던지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이 최근 거센 매도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신흥국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정책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금리결정을 앞두고 외국인 매물이 대거 출회된 것이 그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상승압력과 함께 원화 강세가 수반되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시세차익과 함께 환차익 실현에 대한 적합한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셀 코리아'에 나섰다기 보다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외국인 매도자금은 단기적인 헤지펀드 성격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조짐으로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다"며 "글로벌 투자자금의 공급원인 선진국의 통화정책에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글로벌 투자자금이 이머징 시장으로 재차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이집트 사태와 중국의 금리인상, 옵션만기일, 금통위 금리결정, 4분기 어닝시즌 등 이슈가 이번주를 고비로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는 상황인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신흥국 중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선진증시와 디커플링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고 장기화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며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과 대만은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출 경쟁력이 높아 선진국과 유사한 궤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54조원을 사들인 반면 올해 들어 외국인이 어제까지 순매도한 금액은 1조원에 불과하다"며 "'엑소더스'나 '셀 코리아' 같은 단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금통위를 기점으로 외국인 매도가 누그러질 여지가 있다"며 "시장은 여전히 감내 가능한 조정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2000선에서 크게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