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영국 중앙은행(BOE)이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23개월째 동결했다.최근 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이 급선무라는 이유에서다.

BOE는 10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2009년 3월부터 23개월 연속 동결이다.이와 함께 2000억파운드(360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도 유지키로 했다.

이번 회의에선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통화위원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9명인 BOE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중 앤드류 센탠스와 마틴 윌 위원 등 2명이 기존 입장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 1~2명의 위원들이 추가로 가세했다.물가가 목표치보다 크게 치솟으면서 BOE 내부에서도 금리를 하루빨리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해 BOE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올해 연간 인플레율도 5%에 달할 전망이다.지난달부터 17.5%에서 20%로 오른 부가가치세도 인플레를 부채질할 것이란 분석이다.상품과 서비스에 매기는 세금인 부가가치세가 인상되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금리를 인상했다가 자칫 영국 경제가 또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5% 감소했다.이에 따라 영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더욱 침체되고,계속 동결하면 물가 압박이 가중되는 정책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앤드류 스미스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E가 다음달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도 이 같은 정책 딜레마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