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등 주요 면화 산지의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줄면서 원면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 영향으로 면화 대체 상품인 폴리에스터,나일론 등 화학섬유(화섬) 원료가격도 크게 올랐다. 국내 직물업체와 패션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면화가격 연일 최고치 경신

원면은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파운드당 180.58센트(3월 인도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26.1% 올랐으며 1년 전에 비해서는 150.3% 상승했다.

원면값 급등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탓이다. 최근 1~2년 사이 주요 생산국인 중국의 가뭄,미국의 이상저온,파키스탄의 폭설 등으로 인해 공급량이 준 데다 올 들어 호주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원면값은 올 하반기까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국 인도 등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반구 물량이 8월부터나 풀릴 예정이어서 하반기까지는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섬 원료도 급등

원면값이 치솟으면서 대체재인 화섬 원료 가격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폴리에스터 원료인 모노에틸렌글리콘(MEG)은 지난 4일 국내 현물가격이 t당 1201달러로 한 달 전보다 11.10%,1년 전보다는 22.43% 올랐다. 또 다른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의 극동아시아 지역 현물가격도 t당 1432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한 달 전 대비 19.58%,1년 전과 비교하면 53.57% 뛰었다.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 현물가격도 t당 3300달러로 사상 최고가에 올랐다.

유 연구원은 "국제 섬유 물량 중 40%가 면화,50%가 폴리에스터"라며 "화섬 원료는 원면과의 대체관계 때문에 가격이 같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3~5년간 PTA와 MEG 생산업체의 공장 증설 계획이 많지 않아 화섬 원료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물량 확보 서두르는 패션업계

직물업계에 따르면 원면값 상승 영향으로 원사 가격도 1년 전보다 70%가량 올랐다. 직물업체 관계자는 "상승한 원면가격이 생산 원가에 반영되기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린다"며 "통상 6개월에서 1년치 물량을 재고로 갖고 있지만 최근 2~3년치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많이 사용하는 30수 원사(티셔츠용) 대신에 생산 효율은 낮지만 실이 가늘어 원재료가 덜 들어가는 40수 이상 원사의 생산량을 늘리려는 경향도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대형 패션업체 관계자는 "가을 · 겨울철 원사 물량은 보통 3월에 예약하는데 올해는 2개월 빠른 지난달에 물량을 확보했다"며 "중개업체를 통해 물량을 구입하던 것을 최근엔 생산업체와 직거래해 원가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