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홍콩에 진출한 증권사들은 굉장히 많지만 '틈새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전례가 거의 없습니다. "

황성준 삼성증권 부사장(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내 증권사의 해외사업은 기관투자가 대상 세일즈 인력 몇 명 데려다 놓고 아주 제한된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지만,이런 방식은 진정한 의미에서 해외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황 부사장은 2003년부터 크레디트스위스(CS) 홍콩법인 대표로 일하면서 회사를 홍콩 주식브로커리지 부문 1위로 키운 역량을 인정받아 작년 8월 삼성증권 홍콩법인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최근 들어 상당수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진출을 예전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방향이 서 있지 않은 것 같다"며 "해외 진출의 초점을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 부사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기업공개(IPO)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 홍콩"이라며 "향후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면 홍콩시장에서 IPO뿐 아니라 인수 · 합병(M&A),회사채 발행 등 투자은행(IB) 관련 딜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국내 증권사 입장에서 홍콩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국계 IB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한 여파로 사세가 위축됐고,맥쿼리 등 아시아지역에 특화된 IB들은 최근 미국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아시아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인도시장에 대해서는 "중국 다음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평가받지만 인도에는 삼성증권 정도 규모의 증권사만 30개 정도 된다"며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가 진출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의 홍콩법인과 관련,황 부사장은 "현지 톱 클래스 애널리스트 42명을 포함해 총 100명 정도의 인력을 확보해 브로커리지에서부터 IB딜까지 글로벌 증권사와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갖췄다"고 소개했다.

그는 홍콩을 비롯한 중국시장에서 삼성증권이 갖는 경쟁력으로 삼성그룹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꼽았다. 중국 현지에 삼성그룹이 거래하는 업체만 3500개 정도인데,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향후 적극적으로 IB 관련 딜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황 부사장은 "홍콩법인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흑자로 전환해 2015년 삼성증권이 아시아 톱5 증권사로 도약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