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수소전지로 움직이는 차가 등장하고 2017년엔 영화 '아바타'처럼 컴퓨터가 만들어 낸 가상세계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활용된다. 2022년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병충해에 강하고 인간에게 더 유용한 식품들이 나온다. 2030년이면 마하 5.0 이상의 극초음속 항공기가 서울~뉴욕을 3시간에 주파하며 유전자 조작으로 부모가 원하는 신체적 · 정신적 특징을 가진 '맞춤 아기'가 유행한다.

미국의 테크캐스트(Techcast)사가 에너지 및 환경 의료 우주 등 7개 분야로 나눠 내놓은 미래 기술의 일부다. 허황되게 여겨지지 않는 이런 예측들을 실현하는 것은 기술과 제품,서비스,산업 간 '융합'이다.

《융합경영》은 2000년대 들어 정보화 사회를 지나 '융합 사회'에 접어든 개인과 기업에 새로운 사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층 치열해진 기업 간 경쟁,커져가는 소비자 욕구,복합화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융합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융합이란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영어로는 1978년 네그로폰테 MIT대 미디어랩 교수가 사용하기 시작한 '컨버전스'나 '퓨전'이다. 작년 초 한국전자거래학회 내 전문연구회로 출범한 융합경영연구회 소속 교수들과 연구원들은 이 책을 통해 융합과 융합경영의 이론적 토대부터 다양한 사례까지 흥미롭게 제시한다.

조선과 건축(내 · 외장),호텔(객실 · 식음료),관광(기항지 관광) 등이 결합된 크루즈 선박은 산업 간 융합제품이다. U(유비쿼터스)-시티나 교육 · 의료 목적의 게임 솔루션은 융합 서비스의 예다. MIT 항공우주공학과 학생들이 세운 신생기업 테라푸기어는 자동차와 경비행기의 기능을 합친 융합상품 트랜지션을 선보였다.

저자들은 "융합시대의 시작은 기술이 주도하겠지만 그 성숙 여부는 고객의 선택과 수용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수요자의 시각에서 융합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