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이머징 증시서 투자금 회수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비용을 많이 쓸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특히 많이 팔고 있어 해당 기업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9일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6000원(0.61%) 내린 9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 3.68%, 8일 5.83%의 하락률을 보인데 이어 이날도 소폭 하락하며 사흘째 약세를 이어갔다.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은 아모레퍼시픽이 이처럼 사흘 만에 약 10% 급락한 것은 외국인의 '변심' 탓이 크다. 지난해 꾸준한 매수세를 보인 결과 외국인의 아모레퍼시픽 지분율은 연말 42%까지 육박했으나, 올해 들어 매도로 전환하면서 지난 8일 기준 40.62%까지 떨어져 40%대에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다.

외국인은 특히 지난 8일 약 180억원어치, 1만73841주의 매물을 쏟아냈다. 작년 9월 7일 이후 가장 많은 순매도를 기록했다. 9일에도 모건스탠리와 UBS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데다 회사가 해외, 특히 중국쪽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외국인이 일부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사업은 길게 보면 새로운 가능성이지만, 짧게 보면 비용 부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내수 시장이 크게 확대되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 주가 상승의 동력은 중국 사업이 될 것"이라며 "이 회사의 성장성을 믿는 투자자라면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 제9구단 출범을 추진 중인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도 외국인의 매도 등이 빌미가 돼 최근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회사가 프로야구단 창단 의사를 밝힌 작년 12월 22일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은 엔씨소프트 주식 49만주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야구단 창단 발표 당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6.6% 급락했고, 이후 뉴스 흐름에 따라 주가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엔씨소프트가 야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가입금 및 야구발전기금 50억원, 5년간 100억원의 현금 예치, 연간 100억원 이상의 운영비용을 써야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익 훼손 요인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5000억원을 웃도는 현금성 자산, 2500억원 내외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 등을 감안하면 실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히려 야구단이 온라인 게임 회사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줘 장기적으로는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는 평가가 더 많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기업인) 엔씨소프트가 오프라인 상의 야구단 운영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면 국내외 마케팅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