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좀 먹고 삽시다. "

글로벌 중위권 회계법인들이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KPMG PwC 등 '빅4' 회계법인의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다며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에 규제를 촉구했다.

세계 회계 시장에서 5~7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BDO와 RSM,그랜트손튼 등 3개 회사는 8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자유시장 논리에 따른 방임형 정책은 (회계 시장에서) 실패했다"며 "빅4 회계법인의 시장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EU집행위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회계법인들이 공동성명을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성명은 브뤼셀에서 9일부터 열리는 '회계 시스템 개선 콘퍼런스'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성명을 발표한 3개 회사는 '빅4' 회계법인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로 크게 세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은행 등 대출회사들이 기업에 돈을 꿔줄 때 '빅4'의 회계감사보고서를 요구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회계감사를 둘 이상의 파트로 나눠 각각 다른 회계법인이 담당하거나 회계감사를 몇 개 법인이 돌아가면서 맡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 회사는 EU집행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프랑스계 회계법인인 마자르(Mazars)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공동으로 맺기도 했다.

EU집행위 역시 '빅4'의 지배력이 지나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EU집행위는 작년 10월 발표한 '회계감사 관련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도 "몇 가지 규제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회계 시장의 독과점 현상을 우려하게 된 배경은 다르다. 이날 성명을 발표한 중위권 회계법인들이 독과점으로 인한 공정경쟁 제한에 초점을 맞춘 반면 EU집행위는 금융위기 재발 우려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