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물가 안정 방안을 놓고 정부와 재계가 분명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연기하거나 철회해 달라는 재계의 건의에 정부는 '9일 열리는 관계장관 회의에서 논의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재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생필품 가격 수시 점검과 기업에 대한 담합 조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 · 차관들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들은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정부와 재계는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건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제와 물가 안정 방안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손 회장은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와 만나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재계 입장을 말하겠다"며 배출권 거래제 도입 논의를 2015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본도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연기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단체장들의 요구에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손 회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연기를 건의했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9일 관계장관회의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만들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부는 간담회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동향과 산업경쟁력,온실가스 감축여력 등을 고려해 관계기관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도입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또 공정위의 물가 동향 점검과 불공정행위 단속이 기업 활동에 불편을 줄 뿐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손 회장은 "석유제품과 농축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을 뿐이며 이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6%에 불과했다"며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유통구조와 수요 · 공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기업 담합 조사는) 공정위가 늘 하던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의 물가 동향 점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던 과거 방식과는 다르다"며 "경쟁 촉진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장들은 이와 함께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세제 지원 · 규제 완화와 법인세 및 상속세 인하,임시투자세액공제 상시화 등을 건의했다. 이날 간담회에 정부 쪽에서는 윤 장관과 김 위원장,안현호 지식경제부 1차관,이채필 고용노동부 차관이 참석했고 재계에서는 손 회장과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나왔다.

조재희/서기열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