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은 머크의 숙명…올 R&D에 85억弗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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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제약사 머크 'R&D 사령탑' 피터 김 사장
"올 항암·간염·당뇨 등 분야서 블록버스터급 신약 선보일 것"
7개국 1만7000명 연구원 지휘…매년 노벨의학상 후보로 거론
"올 항암·간염·당뇨 등 분야서 블록버스터급 신약 선보일 것"
7개국 1만7000명 연구원 지휘…매년 노벨의학상 후보로 거론
"연구 · 개발(R&D) 투자는 성장동력을 찾는 일인 동시에 새로운 의약품을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제약사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머크가 매년 매출의 20%를 꾸준히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죠."
세계 2위 글로벌제약사 머크(Merck& Co)의 피터 김 머크연구소 사장(한국명 김성배 · 53)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 머크는 신약개발 관련 R&D 분야에 85억달러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한국법인인 한국MSD 직원들을 격려하고 11일 포스텍에서 분자생물학 분야 R&D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방한했다.
머크의 공격적인 투자는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가 올해 투자를 작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는 등 R&D 분야에 불고 있는 글로벌 제약업계의 구조조정 바람과는 상반된 전략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새로운 영역에서 의학적인 해답을 제시하기 위한 신약개발 노력은 설립 후 120년 동안 지켜온 머크의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재미교포 2세로 2003년 머크연구소의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된 김 사장은 머크 내 서열 3위이며,전 세계 7개국 16개 연구센터에서 연구 중인 1만7000여명의 연구원들을 지휘하고 있다. R&D 분야에 대한 머크의 지칠줄 모르는 공격투자도 김 사장의 그룹 내 입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내외 분석이다.
그는 "현재 머크가 보유한 개발완료 단계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만 20여개에 달한다"며 "핵심 과제로 R&D를 집중해온 암과 당뇨병 치료제 분야에서 혁신적 신약들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는 현재 항암분야에서 임상 3상 후보물질과 2상 후보물질을 각각 2개씩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머크는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항암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난해 전 세계 항암연구센터와 임상연구소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머크 항암제 임상연구 글로벌네트워크'를 출범,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전 세계 7개 핵심 이머징마켓 중 하나이며,당연히 글로벌 항암네트워크조직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머크는 또 간염,심혈관계 및 당뇨 치료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임상 3상단계에 있는 경구용 C형 감염 프로테아제 억제제인 브세프레비어(Boceprevir)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선심사와 유럽의약품기구(EMEA)의 신속평가 지위를 따냈다. 막바지 3상 임상을 진행 중인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억제제 아나세트라핍 (Anacetrapib)도 안정성과 효능을 입증,블록버스터급 신약후보물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상동맥 심장질환 환자 또는 발병 위험성이 높은 이들에게 아나세트라핍은 인체에 유익한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를 크게 높여주는 동시에 유해한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시킨다는 게 머크 측 설명이다.
코넬대 화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스탠퍼드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1년 머크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MIT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MIT 교수 시절엔 사이언스 네이처 등 유명저널에 논문을 다수 발표하면서 과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1978년에 발표한 에이즈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한 논문은 그를 노벨상(생리의학상) 후보군에 매년 이름을 올리게 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던 머크의 연구원들이 향후 18번째 수상 후보자로 김 사장을 지목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 머크
글로벌 제약회사로 전 세계 140여개 국가에서 의약품,백신,바이오치료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글로벌 매출은 460억달러 수준.전 세계에 10만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현지법인(한국MSD)을 두고 있다. 1891년 창업한 머크는 1953년 샤프 앤드 돔사이어,2009년 쉐링푸라우와 메가톤급 기업 인수 · 합병(M&A)을 통해 화이자에 이어 세계 2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했다. 개발 완료 단계의 신약 후보 물질을 업계 최고 수준인 2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